유통·바이오 K-뷰티 급브레이크··· 대기업까지 '희망퇴직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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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급브레이크··· 대기업까지 '희망퇴직 쓰나미'

등록 2025.12.08 16:04

양미정

  기자

오프라인 붕괴·AI 전환 '충격'2030세대까지 감축구조적 위기 현실화

K-뷰티 급브레이크··· 대기업까지 '희망퇴직 쓰나미' 기사의 사진

국내 대표 K-화장품 기업들이 잇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던 화장품 대기업들이 SNS 기반 중소형 K뷰티 브랜드의 약진, 오프라인 유통 약화, 장기 저성장에 따른 소비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모습이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감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도 본격적인 체질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0년 12월 이후 5년 만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대상은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 오설록, 에스쁘아 등 주요 계열사 근속 15년 이상 또는 만 45세 이상 직원이다. 사내 공지를 통해 "뷰티 산업 변화 속도에 기존 방식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조직 재편의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보상 조건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근속 20년 이상 직원에게 기본급 42개월분, 15년 이상은 30개월분이 지급되며 20년 미만은 연 2개월분이 산정된다. 법정 퇴직금과 실업급여, 퇴직 후 2년간의 종합건강검진(본인 2회·배우자 1회), 성환복지기금 신청 자격 유지 등이 제공된다. 재취업 및 경력전환 지원도 병행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결정은 최근 실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3분기 매출은 1조1082억원, 영업이익은 1043억원으로 각각 3.8%, 39% 증가했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0%, 영업이익은 30% 이상 줄었다.

중국 시장 부진, 면세 채널 약화, 기존 유통 구조 변화가 장기간 이어지며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인건비·운영비 감축과 함께 지방 사옥 및 물류센터 등 6곳의 비핵심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며 매각 시 약 1500억원의 현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도 지난 10월 뷰티사업부 판매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면세점·백화점 등 오프라인 판매직군을 중심으로 하되 기준을 만 35세 이상으로 설정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희망퇴직 대상이 '40·50대'에서 '30대 중반'까지 낮아진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회사는 기본급 20개월분과 추가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제공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도 희망퇴직 배경으로 거론된다. 3분기 매출은 1조5800억원(-7.8%), 영업이익은 462억원(-56.5%)으로 급감했고 뷰티사업은 매출 26.5% 감소(4710억원)와 함께 58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2분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590억원(-5.7%), 올해 상반기 1972억원(-36.3%)으로 내리막을 탔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영입하며 글로벌 전략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희망퇴직 흐름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GS리테일은 46세 이상·근속 20년 이상 직원에게 연봉 1.5배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최대 4000만원을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 롯데멤버스, 코리아세븐 등도 40세 이상 또는 8~10년차 직원 등으로 기준을 세분화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고물가·경기 둔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단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을 줄이려는 판단에서다.

오프라인 축소, 디지털 전환, AI 기반 자동화 확산으로 기존 판매·중간관리 인력 수요가 줄어들며 희망퇴직이 '위기 대응'이 아닌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자 고비용 인력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려는 기업들의 대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중견기업 조사에서는 62.1%가 고령자 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답해 연공 중심 인사 구조를 기피하는 분위기 역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20·30대까지 내려온 현실을 우려한다. 온라인 소비 확산, 오프라인 매장 축소, AI에 따른 일자리 대체가 구조적 변화를 가속하며 인력 감축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제는 30~40대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말까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AI 기술과 내수 침체가 맞물리며 희망퇴직이 새로운 경영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슬림화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경우 청년층 일자리 위축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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