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효자 노릇한 비이자이익, 연말 '고환율 쇼크'로 부메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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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노릇한 비이자이익, 연말 '고환율 쇼크'로 부메랑 되나

등록 2025.12.16 14:35

문성주

  기자

3분기 국내 은행 비이자익 증가...외환·파생 이익 증가 영향4분기 고환율에 '위기'...12월 2주간 원·달러 평균 '1470원'↑환율 증가로 외화환산손실 우려 커져...밸류업에도 부정적

서울에 위치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서울에 위치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지난 3분기 주요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던 비이자이익에 4분기 경고등이 켜졌다. 3분기 실적의 효자 노릇을 한 환율이 하반기 들어 급등세로 돌아서 오히려 실적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7000억원) 대비 1조1000억원(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급증한 1조569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37.8% 늘어난 933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외환·파생 관련 이익이 2조6000억원 늘어난 덕이다. 은행이 보유한 외화 부채와 파생상품 등에서 대규모 외화환산이익(Valuation Gain)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환율 효과가 실적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하지만 4분기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다.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과 더불어 수급으로 인한 원화 약세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세에 올라타 11월부터는 1450원 위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12월 들어 지난 12일까지 원·달러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 평균치는 1470.4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이다. 지난 9월 환율이 1300원대에 머무르던 것과 대비된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갚아야 할 외화 부채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의 금액이 늘어나 장부상 손실(외화환산손실)로 잡히게 된다.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만큼 3분기에 누렸던 평가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하거나 추가적인 손실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3분기 비이자이익 급증은 영업력 확대보다는 환율 하락에 따른 회계적 평가익 성격이 짙었다"며 "4분기 환율이 급등한 현재 시점에서는 기저효과와 맞물려 비이자이익 지표가 전 분기 대비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환율은 곧 은행 지주의 밸류업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금융지주의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1~3bp(0.01~0.03%포인트) 하락한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해외투자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고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CET1비율이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와 개인들의 환전 거래가 늘어 '외환 매매 수수료(FX Dealing)' 이익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수수료 이익 증가분이 평가손실 규모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분기 들어 환율이 급등해 실적 관리가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단순한 영업 확대를 넘어 리스크 관리 능력이 4분기 성적표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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