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SK실트론, 두산 품으로···SK그룹 연말 리밸런싱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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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두산 품으로···SK그룹 연말 리밸런싱 '마무리'

등록 2025.12.19 14:04

고지혜

  기자

두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지분 70.6% 매각종속사 100곳 정리 등 '리밸런싱'에 속도실트론 매각가 '변수'··· 유동성 확보 주목

사진제공=SK실트론사진제공=SK실트론

SK그룹이 연말 'SK실트론 매각' 카드를 꺼내며 고강도 리밸런싱을 이어왔던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번 매각으로 중장기 전략인 ABC(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 실행에 한발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예상되는 매각 가격이 1조원 후반에서 4조원에 이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리밸런싱 효과가 얼마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SK실트론 지분 29.4%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SK그룹은 올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마지막 퍼즐을 SK실트론 매각으로 완성했다. 2023년부터 리밸런싱을 핵심 경영 기조로 삼은 SK그룹은 특히 올해 최태원 회장의 '서든데스' 발언과 함께 강도 높은 사업 재편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 올해 3개분기 동안 종속기업 716곳 중 100곳을 정리했다. 대표적으로 SK스페셜티, SK파워텍,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SK일렉링크 등의 지분을 매각,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했다. 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트리켐·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의 지분은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넘겼다. 합병, 매각, 사업부 조정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어 온 셈이다.

이 가운데 SK실트론 매각은 상반기 SK온과 SK엔무브 합병에 이어 하반기 그룹 차원의 큰 정리 작업으로 분류된다. SK실트론은 2017년 LG로부터 인수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알짜 계열사다. 그럼에도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소재 기업인 만큼, SK그룹은 투자 여력을 ABC(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 전략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해 온 것이다.

당초 SK실트론은 다수의 국내외 사모펀드와 인수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두산을 최종 협상 파트너로 낙점한 것 역시 ABC 전략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사모펀드는 단기적 투자 회수와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비용 구조나 공급가를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SK실트론의 최대 고객이 SK하이닉스인 만큼, 웨이퍼 공급가를 인상할 경우 그룹 내 반도체 사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사모펀드 인수 후 해외 기업에 재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그룹은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매각가는 3조~4조원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도 큰 무리 없이 안정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세웅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비핵심 자회사 매각을 지속해왔으며 내년에도 순부채 감소와 순자산가치(NAV) 개선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실트론의 순부채 2조3059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매각가 협상 과정에서는 1조 후반~2조원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 대비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두산의 조달 규모는 현저히 작은 수준"이라며 "실제 두산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재원은 1조 원 이상으로 인수가 현실화하더라도 두산 재무구조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사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최종 인수 계약을 위한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매각 과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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