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종속기업 634곳···44곳 과감한 정리SK온-SK엔무브 합병, 배터리 적자 해소 목표
20일 SK㈜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의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종속기업은 총 634곳(상장사 14곳, 비상장사 620곳)이다. 규모로 보면 지난해 말 649곳에서 2.31% 줄어든 규모지만, 같은 기간 29곳을 신규 설립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44곳을 과감히 정리한 셈이다.
SK의 그룹 차원 리밸런싱 작업은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됐다. 10년 전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서든데스(돌연사)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2023년에도 다시 '서든데스' 표현을 꺼낸 것이 고강도 사업 재편의 복선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리밸런싱 작업은 종속회사 합병과 매각, 사업부 조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성격을 띤다. 2023년 12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합류해 직접 칼을 잡으면서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최창원 의장은 당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되지 않는 계열사가 이렇게 많은 것이 말이 안 된다"며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며 사업재편의 뜻을 서슴없이 밝히기도 했다.
덕분에 2023년 말 716곳에 달했던 종속기업은 현재 634곳으로 82곳이 확 줄었다. 2023년 한 해 동안에는 무려 195곳을 종속회사로 편입하며 외형을 키웠으나, 2024년 들어서는 5분의 1 수준인 39곳만 함께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반면 정리된 종속회사는 ▲2023년 4분기 3곳 ▲2024년 상반기 63곳 ▲2024년 하반기 43곳 ▲2025년 상반기 44곳 등 점진적으로 늘면서 총 153곳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가장 주목받은 작업은 단연 SK온과 SK엔무브의 흡수합병이다. 최창원 의장은 의장 취임 직후부터 두 회사의 합병안을 비롯해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통폐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ABC(AI, 배터리, 칩)을 주력사업으로 꼽은 상황에서 배터리 부문 SK온의 지속된 적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하루빨리 개선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2030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과 SK온 재무건전성 회복을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 역시 "(합병을 통해) 단기 실적보다 이차전지 턴어라운드가 더 중요하다"며 합병을 장기적 리밸런싱 전략과 연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에서는 2년 가까이 이어진 리밸런싱의 흐름이 느슨해지기 전에 SK가 더욱 신속하게 사업 정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SK이천포럼에 참석한 윤치원 감사위원장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향후 거래 성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가격 최적화'가 아닌 '시간 최적화'가 필요하다"며 신속함에 무게를 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 전략을 실행하는 여정에서 핵심은 오직 실행력. 비본질적인 활동은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며 박차를 가할 것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SK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가운데, 특히 AI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계열사 매각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리밸런싱 전략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AI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6조7000억원 수준의 순차입금을 유지해왔던 SK는 2023년 11조원까지 불어났다가 올해 2분기 8조1000억원으로 줄이는 등 안정화시키고 있다.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SK는 AI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최근 들어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사업 중심축을 AI로 전환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챙기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2030년까지 AI 분야에 10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을 토대로 SK는 올해 상반기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진행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으며, 국가 주도로 개발 중인 독자 AI 모델 '소버린 AI' 프로젝트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그룹 내 리밸런싱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세가 이어질 것.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매각, SK실트론 매각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병행 중"이라며 "리밸런싱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2026년 ROE(자기자본이익률)는 8%에 달하고, AI 등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화되는 2027년 이후에는 1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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