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라운지·AI 통역 등 마케팅 전략 차별화주요 점포 외국인 매출 비중 가파르게 증가소매 유통 경기 둔화 속 구조적 성장
21일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은 1893만6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총소비도 17조4000억원으로 21% 넘게 늘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외국인 체감 가격이 낮아진 데다 즉시환급과 글로벌 결제 인프라 확대로 쇼핑 편의성이 개선되면서 백화점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본점의 지난해 외국인 고객 매출 신장률은 40%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35% 성장세를 이어왔고, 지난해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25%까지 확대됐다. 연 매출 2조원을 웃도는 대형 점포에서 외국인 비중이 4분의 1에 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외국인 전용 '롯데 투어리스트 멤버십 카드'는 출시 두 달 만에 2만5000건을 돌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외국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월 외국인 매출이 900억원을 돌파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2023년 대비 3.5배 증가한 6000억원대 중반을 기록했다.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 랜드마크 점포가 외국인 수요를 견인했다. 글로벌 멤버십 고객 수와 매출도 지난해 두 배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출이 확대됐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 수준까지 상승했다. 체험형 콘텐츠와 하이엔드 브랜드 강화 전략이 외국인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유통시장 전반의 저성장 전망과 대비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에 그칠 전망이다. 백화점 성장률 역시 0.7%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소비만으로는 의미 있는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매출이 사실상 성장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적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중국 단체 관광객 중심에서 개별여행객과 MZ세대로 고객 구성이 다변화됐다. 국적도 중국과 일본, 동남아, 미국 등으로 분산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미국·유럽 고객 비중이 2020년 7%에서 지난해 14%로 확대됐고 동남아 비중도 15%까지 늘었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낮아지며 매출 변동성도 완화되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가는 고환율 기조도 외국인 체감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시환급 제도 확대와 유니온페이·위챗페이 등 해외 결제 인프라 강화로 면세점 대신 백화점에서 고가 상품을 구매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업계는 외국인을 단기 관광 수요가 아닌 핵심 고객군으로 전제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20여개국, 22만명 규모의 글로벌 멤버십을 기반으로 외국인 VIP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한다. 연 500만원 이상 구매 고객과 최상위 S-VIP 고객 수가 최근 두 배 늘어난 만큼, 세일리지와 발렛 서비스, 사은 참여권에 더해 푸드마켓·F&B 할인권을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는 외국인 VIP 전용 라운지를 별도로 조성해 전담 응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매장 내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해 언어 장벽을 낮추고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 매장에 즉시환급기를 설치해 결제와 환급을 한 번에 처리하는 환경을 구축했고,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통해 계열사 할인 혜택을 묶어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 등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해외 VIP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K-패션·뷰티·팝업 전시 등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하이엔드 브랜드 유치와 점포 리뉴얼을 병행해 고가 상품 수요를 흡수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매출이 단기 특수를 넘어 구조적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현실화하면 백화점 실적 개선 흐름도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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