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고령 금융소비자에게는 이 변화가 편리함이 아니라 새로운 장벽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5.1%에 이르고 고령층의 금융자산과 금융시장 참여도 계속 늘고 있다. 고령층은 더 이상 금융시장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요한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금융상품은 복잡해지고 판매채널은 비대면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고령층의 피해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고령 금융소비자보호는 대체로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일률적 접근과 사후적 피해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65세가 사실상 기준이다. 다만 문제는 나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65세라도 어떤 사람은 모바일 금융을 능숙하게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본인인증 한 번도 어렵게 느낀다.
어떤 사람은 금융 경험이 풍부하고 어떤 사람은 배우자 사별이나 사회적 고립 속에서 혼자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고령자의 취약성은 연령 자체에서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 변화, 디지털 접근성의 제한,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래서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 보호는 실제 위험을 놓칠 수 있고 반대로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위험은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취약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부담이 커지고 혼자 감당해야 할 상황이 늘어나면 금융 의사결정의 어려움도 커질 수 있다. 낯선 상품 설명을 끝까지 따라가기 어렵고 반복되는 권유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런 불편이 더 쉽게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인터넷 접근과 디지털 활용 능력의 차이는 단순한 사용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하게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하게 하거나 금융사기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고령 금융소비자보호는 단순히 고령자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접근성과 거래의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고령을 취약성의 한 요소로 보되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사업자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높은 사람을 취약한 소비자로 보고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인지기능 저하, 건강 악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미숙함, 삶의 큰 변화가 겹칠 때 취약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호의 출발점을 나이가 아니라 현실의 어려움에 두자는 것이다.
영국의 주요 정책으로는 연금 등 금융상품에 대한 전화 권유 금지, 고령자의 금융이해력 제고 지원, ScamSmart 캠페인을 통한 금융사기 예방, 취약한 소비자의 공정한 취급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소비자 의무 도입, 현금 접근권 법제화가 제시된다. 여기서 핵심은 '설명은 했으니 이제 소비자 책임'이라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금융회사가 취약한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상품설계부터 판매, 지원,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실제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비자보호를 판매 이후의 분쟁 처리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조로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고령 고객을 75세 이상과 80세 이상으로 나누어 보호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75세 이상에게는 위험상품 권유 시 관리자급의 사전 승인 절차를 두고, 80세 이상에게는 익일 수주 원칙과 제3자에 의한 사후 거래 확인 같은 추가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령 기준을 단계화하되 기억력과 이해력 등을 함께 확인해 예외를 둘 수 있는 유연성을 병행하고 있다. 보호는 강화하되 자기결정권의 과도한 제한은 피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65세 단일 기준에 머물지 말고 75세와 80세를 포함한 단계적 기준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연령 외에도 퇴직, 배우자 상실, 사회적 고립 같은 취약성 요인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시에는 관리자 사전 승인과 동석 의무를 내부통제기준에 명확히 두고 상품설계 단계부터 판매 이후의 사후관리까지 포괄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결국 고령 금융소비자보호는 나이만으로 대상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실제 취약성과 생활 맥락을 중심에 두고 금융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디지털금융이 더 똑똑해질수록 소비자보호는 더 세심해져야 한다. 그래야 금융은 빠를 뿐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된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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