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우린 소액주주라고만 답하라"···고려아연 소액주주 단체 실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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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소액주주라고만 답하라"···고려아연 소액주주 단체 실체 논란

등록 2026.05.14 10:39

김제영

  기자

단체명 수차례 변경·보유 지분도 미공개시위 참가자 대상 사전 응대 매뉴얼 포착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고려아연 노조 및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고려아연 노조 및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최근 갑작스럽게 등장해 고려아연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이른바 '고려아연 소액주주' 단체를 둘러싸고 실체 논란을 넘어 배후 세력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체명조차 시기마다 달라지는 데다, 일반적인 주주단체와 달리 보유 지분이나 운영 구조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주주모임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소액주주 시위를 지휘하는 듯한 메시지까지 언론에 포착되면서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기관 앞에서 해당 단체를 표방한 소액주주들의 피켓 시위가 진행됐는데,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사전에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는 행동지침 문자메시지를 참고하며 활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해당 문자에는 "기자들과 접촉하지 말고 질문을 받으면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니 참고해달라'고만 답하라", "금감원이나 금융위 직원이 질문하면 '우리는 고려아연 소액주주로서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시위 중'이라고만 말하고 다른 발언은 삼가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자발적인 주주모임의 경우 참가자들이 각자의 문제의식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획일적인 응대 매뉴얼이 사전에 공유된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단체의 정체성은 더욱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스스로를 '고려아연 소액주주연합',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27일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고려아연 소액주주연합'이라는 명칭이 사용됐고, 이후 5월 7일 성명서에서는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 소액주주 단체는 최소한의 조직 체계나 대표자, 참여 주주 수, 보유 지분 규모 등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이 단체는 현재까지 관련 정보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과 시장에서는 "통상적인 주주모임과 달리 보유 주식 규모나 공개된 온라인 카페·채팅방 등도 확인되지 않아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정 세력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소액주주'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단체 측이 배포한 Q&A 자료에서 "경영권 분쟁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 "특정 세력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주주의 권익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해명이 배후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진정한 소액주주 운동이라면 최소한 참여 주체와 보유 지분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단체명조차 계속 바뀌고 시위 참가자들에게 일괄 대응 지침까지 내려가는 모습은 일반적인 주주행동주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최근 기업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민단체나 주주단체의 형식을 빌린 여론전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실체가 불분명한 조직이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방식은 자칫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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