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두 개의 심장으로 달리는 800마력 황소···람보르기니 우루스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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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심장으로 달리는 800마력 황소···람보르기니 우루스 SE

등록 2026.05.16 09:00

권지용

  기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연비와 성능 모두 잡다코르사 모드로 느끼는 V8 트윈터보의 짜릿한 가속도심에서도 10km/L 넘는 뛰어난 효율성 자랑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사진=권지용 기자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사진=권지용 기자

오늘 만나볼 주인공은 람보르기니 대표 SUV, 우루스입니다. 특이하게도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이름 뒤에 수식어가 하나 붙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고 'SE' 배지를 부여받았습니다. 무시무시한 황소 옆구리에 충전구가 뚫렸다는 이유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내연기관의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훨씬 더 영리하고 강력해졌을 뿐이죠.

시승의 시작은 아주 가혹하고도 현실적이었습니다. 평일 오전, 서울의 혈관이 꽉 막혀버리는 마의 출근길이었지요. 심지어 배터리는 거의 바닥난 상태로 출발했으니까요. 보통 8기통 엔진을 단 슈퍼 SUV들이 이런 정체 구간에 들어서면 계기판의 주유 눈금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게 눈에 보입니다. 기름을 마시는 게 아니라 들이키는 수준입니다. 우루스 SE는 시작부터 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배터리가 거의 없었는데도 막히는 시내와 한산한 외곽 도로 45km를 달린 뒤 확인한 연비는 무려 11.1km/L였습니다. 세상에, 800마력이 넘는 람보르기니가 시내 주행에서 10km/L를 넘긴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요?

이게 다 영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는 귀신같이 엔진을 잠재우고 전기모터로만 갑니다. 그러다 조금 속도가 붙어 엔진이 깨어날 때는 그 힘으로 다시 배터리를 살뜰하게 채워 넣습니다. 에너지를 대충 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살살 달래가며 타면 연비가 10km/L 이하로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제 메모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정차 시 엔진을 끄고 연료를 아끼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먹이를 앞에 두고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는 훈련 잘 된 맹수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람보르기니 로고. 사진=권지용 기자람보르기니 로고. 사진=권지용 기자

계산기를 두드려봤습니다. 우루스 SE의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24kWh입니다. 완속 충전 비용으로 따지면 약 7000원 정도면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론 커피 두 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거구의 황소를 53km나 달리게 할 수 있죠. 그런데 실제 주행에선 그 이상이었습니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E-모드로 달렸더니 람보르기니 로고가 무색할 정도로 실내가 고요합니다. 공식 수치를 훌쩍 넘긴 80km 안팎을 달리고 나서야 엔진이 깨어났습니다.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훨씬 알뜰하고 영리하게 에너지를 아껴 쓰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람보르기니를 연비 때문에 타는 건 아니죠. 센터 콘솔 한가운데 큼직하게 자리한 '탐부로(tamburo, 이탈리아어로 북·드럼통이라는 뜻입니다)'를 까딱까딱 움직여 코르사(corsa, 경주) 모드를 활성화합니다. 이 레버 하나로 성격이 180도 바뀝니다. 고요하던 실내는 온데간데없고, 가변배기 플랩이 열리며 V8 트윈터보 엔진이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하죠. 여기서 가장 압권은 역시 사운드입니다. 굳이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 없습니다.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았다가 발을 살짝 떼기만 해도 머플러에서 "우르르릉" 짐승이 목을 가다듬는 듯한 거친 숨소리가 터져나옵니다. 그러다 엔진회전수가 치솟은 다음엔 "파팍!" 하며 팝콘 사운드가 연달아 폭발하죠. 단순한 배기음이라기보다는 마치 전쟁 영화 속 기관총 사격음을 듣는 듯합니다. 터널에선 배기음이 콘크리트 벽을 때리고 돌아올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퍼집니다.

물론 우루스 SE의 매력은 단순히 시끄러운 배기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짜 무서운 점은, 2.6톤에 달하는 거대한 황소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게 튀어나간다는 사실이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전기모터가 먼저 등을 떠밀 듯 즉각적으로 토크를 쏟아내고, 곧이어 V8 트윈터보 엔진이 폭발적으로 힘을 보탭니다. 두 개의 심장이 동시에 차를 밀어내는 느낌이 생생합니다. 엔진회전수와 가속감이 일정하지 않거든요. 묘한 이질감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시야가 뒤로 당겨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차체가 거칠게 튀어나가는데, 덩치 큰 SUV를 모는 게 아니라 낮고 날렵한 슈퍼카를 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탐부로. 사진=권지용 기자람보르기니 우루스 SE 탐부로. 사진=권지용 기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 구간입니다. 보통 이런 체급의 SUV는 빠르게 방향을 틀면 무게감이 먼저 느껴지기 마련인데, 우루스 SE는 달랐습니다. 전동식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바깥쪽 바퀴에 힘을 적극적으로 배분하면서 차체를 안쪽으로 억지로 말아 넣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운전자가 스티어링을 꺾는 순간 차가 먼저 "이쪽이지?" 하고 말을 거는 듯하죠. 속도를 높일수록 뒤쪽이 살짝 말려 들어오는 오버스티어 성향도 느껴지는데, 그 감각을 제대로 활용하면 더욱 짜릿한 코너를 그릴 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가 우루스를 두고 슈퍼 SUV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를 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선 구간에서의 폭발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스템 합산 출력 800마력, 최대토크 81.5kg·m라는 숫자는 종이 위에서 볼 때보다 실제 체감이 훨씬 더 압도적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4초. 숫자만 보면 익숙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영혼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저회전부터 전기모터가 즉각 토크를 밀어넣다 보니 터보랙을 기다릴 틈조차 없습니다. 거대한 차체가 물리 법칙을 무시하듯 튀어나가는데, 백미러 속 풍경이 점으로 멀어지는 경험이 꽤 중독적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렇게 거칠게 몰아붙인 직후에도 실내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는 점입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터널 안을 총성 같은 배기음으로 뒤흔들던 차인데, 드라이브 모드를 다시 스트라다(Strada·도로)로 돌리고 속도를 낮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한 고급 라운지 분위기로 돌아옵니다. 마치 흥분한 맹수가 사냥을 끝낸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걸음을 옮기는 느낌이랄까요. 람보르기니 특유의 광기와 럭셔리 SUV의 안락함이 한 공간 안에서 묘하게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특히 인상적인 건 승차감입니다. 우루스 SE는 거친 노면을 만났을 때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튀거나 흔들리지 않습니다.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한 겹 걸러내듯 부드럽게 다듬어주는데, 고속으로 달릴 때는 차체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가도 저속에선 여느 럭셔리 SUV처럼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방지턱을 넘는 순간에도 "쿵" 하고 찍어 누르는 느낌보다는 두툼한 매트리스 위를 스쳐 지나가는 듯 충격을 둥글게 말아버리는 감각에 가깝죠. 눈 감고 탄다면 이 차가 람보르기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맞힐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더군요. 적어도 승차감만 놓고 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과격한 슈퍼카 브랜드의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있습니다.

실내는 한마디로 감각의 밀도가 굉장히 높은 공간입니다.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은 람보르기니의 야성적인 배기음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엔진이 꺼진 전기 모드에서는 클래식 공연장의 VIP석에 앉아 있는 듯한 청아함을 선사하고, 엔진이 돌 때는 배기음과 음악이 섞여 심박수를 끌어올립니다. 시트의 질감, 손에 감기는 핸들의 감각까지 모든 요소가 "너는 지금 최고의 차에 타고 있다"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사진=권지용 기자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사진=권지용 기자

물론 옥에 티도 분명 있습니다. 최고로 칭찬했던 배기음이 문제인데요. 바로 '가상 배기음' 시스템 때문입니다. 우루스 SE의 진짜 배기음은 그 자체로 충분히 크고 웅장합니다. 가슴을 울리는 진동이 이미 충분한데, 굳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가짜 소리가 섞이니 순수함이 훼손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최고급 한우 스테이크에 인공 조미료를 듬뿍 뿌린 것 같달까요? 진짜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한데 왜 굳이 이런 인위적인 장치를 넣었는지 의문입니다. 제발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가상 배기음을 완전히 끌 수 있는 옵션을 넣어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진짜 황소는 목소리를 꾸미지 않아도 무서운 법이니까요.

결론적으로 람보르기니 우루스 SE는 슈퍼카와 패밀리 SUV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자연스럽게 묶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가족을 태우고 도심을 조용히 달리는 고급 SUV 같다가도, 코르사 모드 버튼 하나로 배기음과 가속감으로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하죠.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람보르기니 특유의 감성과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칭찬합니다. 여기에 넉넉한 공간성과 실용성까지 갖춘 만큼, 우루스 SE는 단순히 빠른 SUV가 아니라 '진짜 슈퍼 패밀리 SUV'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입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사진=권지용 기자람보르기니 우루스 SE 사진=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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