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패션만으론 안 된다···한섬의 '탈(脫) 의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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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만으론 안 된다···한섬의 '탈(脫) 의류' 실험

등록 2026.06.04 16:52

양미정

  기자

화장품·온라인 플랫폼·글로벌 진출 3축 전략시장 변화 맞춘 포트폴리오 다각화 주목오에라·EQL 등 신사업 투자 확대

한섬 참고 이미지. 그래픽=박혜수 기자한섬 참고 이미지.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대표 패션 기업 한섬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류 판매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뷰티와 플랫폼, 글로벌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며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패션 기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최근 수년간 패션 본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뷰티와 온라인 플랫폼, 해외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 성장세 둔화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의류 판매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섬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는 뷰티 사업이다. 한섬은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통해 럭셔리 뷰티 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홈쇼핑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패션과 뷰티는 고객층이 겹치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와 프리미엄 전략을 공유할 수 있어 패션기업들이 가장 먼저 확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실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화장품 사업을 통해 수익 기반을 넓혀왔다.

최근 시장에서는 1분기 무형자산 상각비 증가를 오에라 사업 부담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회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섬 관계자는 "상각비 증가는 오에라 때문이 아니라 타미힐피거와 클럽모나코 등 패션 브랜드 라이선스 재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영향"이라며 "뷰티 사업은 채널 다각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역시 한섬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특히 최근 대표 여성복 브랜드 '타임(TIME)'을 파리패션위크에 선보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파리패션위크는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유통업계 바이어들이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행사 중 하나다. 해외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한섬은 타임을 통해 해외 백화점과 편집숍, 럭셔리 부티크 등 유통망 진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파리 법인과 상하이 법인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회사는 이를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 단계로 보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파리패션위크는 전 세계 럭셔리 유통업계 바이어들이 모이는 시장"이라며 "해외 바이어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하고 글로벌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한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섬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EQL과 더한섬닷컴의 연간 거래액은 이미 40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EQL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브랜드 큐레이션과 콘텐츠, 오프라인 경험을 결합한 패션 플랫폼이다. 특히 구매 고객의 약 80%가 30대 이하일 정도로 젊은 고객층 비중이 높아 한섬의 미래 고객 확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와 스킴스(SKIMS) 협업 상품 판매 채널로 선정되며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주요 백화점 입점도 늘리며 온·오프라인 접점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서울 청담동 타임 플래그십 스토어에 '카페 타임'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대치동 '더한섬하우스 서울'에도 2호점을 열었다.

이는 별도의 외식 사업 진출이라기보다 매장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섬 관계자는 "독립적인 F&B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섬이 전통적인 패션 전문기업에서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패션 시장 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뷰티와 플랫폼, 글로벌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기업의 경쟁력이 과거에는 브랜드와 매장에 있었다면 이제는 플랫폼과 콘텐츠, 글로벌 확장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한섬 역시 의류 판매를 넘어 고객의 일상 전반과 연결되는 브랜드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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