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서 반토막···AI 열풍·고금리에 발목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이 매도세가 이어지며 최근 6만달러선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로 인해 8개월 만에 1조2000억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10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30% 가까이 폭락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를 기준으로 6% 이상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8개월간 침체가 이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다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내 암호화폐의 역할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다. 영국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의 자료에 따르면 블랙록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현물 ETF는 5월 15일부터 6월 3일까지 매 거래일마다 일일 순유출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2월 말 이란과의 전쟁 발발 초기만 해도 랠리를 펼치며 반등했고, 이에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이 일종의 디지털 금이자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되찾을지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후 당시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말았다.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은 지난달 프론트 오피스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본질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보유량의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밝힌 큐반은 "내가 기대했던 불확실성 헤지 수단이 아니었고, 이 점이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하락세의 주요 원인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분석가들은 최근 몇 주간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 사업도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대형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기존의 암호화폐 열기를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의 CEO 조나단 비어는 "많은 투기 자금이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AI로 몰리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은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와 견조한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일부 트레이더와 경제학자들은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사 해쉬덱스의 게리 오셰이 글로벌 시장 인사이트 책임자는 "금리 인상과 긴축적인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암호화폐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시스템 내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핵심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주 비트코인 32개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22년 이후 처음 있는 매각이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17% 넘게 떨어지며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한편, 비트코인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다른 암호화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자체 토큰인 하이프(HYPE)는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150% 상승했다.
암호화폐 산업의 단기 최대 호재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합법화를 돕는 클래리티 법안이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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