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필리조선소 확장 속도···美 군함 사업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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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필리조선소 확장 속도···美 군함 사업 정조준

등록 2026.09.28 14:49

이승용

  기자

47에이커 추가 확보···연간 건조능력 최대 20척 확대군수지원함 설계·특수선 건조 발판으로 수주전 채비이 대통령 "필리조선소서 美 전략 함정 건조 계획"

지난 6월 한화 필리조선소가 해저 암반설치선(SRIV) 아카디아호를 그레이트 레이크스 준설앤도크(GLDD)에 인도했다. 사진=한화 필리조선소 제공지난 6월 한화 필리조선소가 해저 암반설치선(SRIV) 아카디아호를 그레이트 레이크스 준설앤도크(GLDD)에 인도했다. 사진=한화 필리조선소 제공

한화그룹이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의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며 미 해군 함정 건조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소 부지를 추가 확보하고 50억달러 규모 투자를 통해 연간 건조능력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군수지원함 설계와 특수선 건조 사업을 통해 미국 정부 발주 선박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현지 생산 기반을 확충해 미 해군의 신규 함정 건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필리조선소는 최근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 내 47에이커(약 19만㎡) 규모 부지를 추가로 임차했다. 기존 조선소 부지가 약 110에이커(약 44만5000㎡)인 점을 고려하면 생산 거점을 상당 부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한화는 사무 인력을 네이비야드 내 별도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야드에서 사무 공간을 줄이고 선박 건조와 생산시설 확충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추가 확보한 부지에는 생산시설을 늘려 필리조선소의 중장기 증설 계획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를 투자해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하고 블록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건조능력을 중장기적으로 최대 20척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번 부지 확장은 단순히 상선 생산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미국 내 군함 건조시장 진입을 위한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화는 한국 조선소에서 축적한 대형 상선과 특수선 건조 경험, 공정관리 역량을 필리조선소에 접목해 현지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해군 전력 증강에 맞춰 함정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지 조선업계는 생산설비와 숙련 인력 부족으로 건조 물량을 단기간에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는 한국 조선업의 생산 역량과 미국 현지 조선소의 기반을 결합해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를 넘어 미 해군과 정부가 발주하는 선박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와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3월 노르웨이계 선박 설계업체 VARD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단은 시장조사와 설계 고도화, 생산성 및 건조비 검토 등을 수행한다. 미국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사업에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향후 건조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수선 분야에서도 사업 실적을 쌓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TOTE 서비스와 함께 미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시험·추적용 계측선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 해군 전투함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미국 정부의 안보 관련 선박을 필라델피아 현지에서 건조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상선 중심의 사업 구조가 정부 발주 선박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특수선 건조 경험과 현지 사업 수행 역량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한미 조선 협력 논의에서도 필리조선소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화가 투자할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전략 함정이 건조될 계획"이라며 한미 조선 협력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구체적인 함정 종류와 발주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양국 정상 간 논의에서 필리조선소의 전략 함정 건조가 언급되면서 한미 조선 협력이 기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신규 함정 건조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 입장에서는 추가 부지 확보와 생산설비 투자가 미국 정부의 함정 건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설계와 특수선 건조 사업을 통해 확보한 현지 사업 경험을 신규 함정 수주로 연결하고, 상선과 정부 발주 선박을 아우르는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 과제다.

다만 실제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기까지는 생산 기반과 공급망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한화는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현지 조선 인력을 약 1000명에서 2000명 이상으로 늘렸지만, 건조능력을 최대 20척까지 확대하려면 숙련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기자재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함정 건조에 필요한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고, 설계 단계에서 참여한 사업을 실제 건조 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 확대 목표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발주 수요에 맞춰 현지 생산체제를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필리조선소 확장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47에이커 추가 확보는 단순한 부지 확장이 아니라 설계와 특수선 사업에서 확보한 기회를 실제 생산으로 연결하기 위한 선행 투자"라며 "미국 내 인력과 공급망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향후 미 해군 함정 건조 수주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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