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인프라가 바꾼 수주 공식···삼성·SK·LG '원팀'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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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가 바꾼 수주 공식···삼성·SK·LG '원팀' 영업

등록 2026.10.08 06:50

고지혜

  기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SK·LG가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겨냥해 계열사별로 흩어진 사업 역량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는 '그룹 단위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한 계열사가 사업을 수주한 뒤 필요한 건설·IT·장비 등을 다른 계열사가 맡았다면 이제는 고객을 만나는 초기 단계부터 그룹이 하나의 사업자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형 인프라 사업이 이런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뿐 아니라 전력·냉각·네트워크·건설·IT·운영까지 다양한 기술과 설비가 동시에 필요한 만큼 개별 계열사만으로는 프로젝트 전체를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LG 등 주요 그룹은 최근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여러 계열사의 기술과 제품을 한꺼번에 묶어 제안하는 '원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주한 사업을 그룹 안에서 나눠 맡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초기부터 그룹 전체의 역량을 앞세워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LG, 계열사 역량 통째로 묶는다···'원 LG' 본격화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그룹이다. LG는 'One LG'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규정하고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빅테크를 공략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면 LG CNS가 설계·구축·운영(DBO)을 맡고 LG전자가 칠러와 냉각수분배장치(CDU) 등 냉각 설비를, LG에너지솔루션이 전력·배터리 솔루션을 담당하는 식이다. 계열사별 제품을 따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을 그룹 단위로 제시하는 구조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나타난다. 구광모 ㈜LG 대표를 비롯해 LG전자·LG유플러스·LG CNS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엔비디아와 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며 그룹 차원의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LG는 2027년 상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기반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하고 2028년 상반기에는 충남 천안에 80MW 규모 AI 팩토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별 사업 기회도 구체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팩토리 생태계 제품군인 'DSX 레디'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업체로 선정됐고 LG전자도 2.5MW급 대용량 CDU에 대해 엔비디아의 DSX 레디 규격 승인을 받았다.

삼성은 투자부터, SK는 빅테크 협력부터 '그룹 단위'


삼성은 대규모 투자 단계부터 계열사를 묶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6개사는 지난달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 계열사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까지 하나의 투자에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냉각,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발전소 EPC,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구축·운영과 GPU 서비스, 삼성SDI는 UPS와 BBU를 맡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투자자로 참여한다.

AI 인프라 사업이 구체화된 이후 계열사별로 사업을 따내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초기부터 그룹이 투자자로 참여해 향후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부품 경쟁력을 시스템·인프라 차원의 영향력으로 확장하는 계기"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SK도 그룹 차원의 빅테크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통신, SK AX의 소프트웨어에 에너지·건설 역량까지 결합해 '풀스택 AI' 사업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엔비디아와 체결한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AI 인프라 협력 의향서(LOI)에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사업이 함께 담겼다. SK텔레콤은 최대 2GW 규모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SK하이닉스의 HBM4가 탑재된 '베라 루빈'을 도입해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AWS와 추진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에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SK하이닉스·SK가스·SK케미칼·SK멀티유틸리티·SK AX 등이 참여한다. ICT와 반도체, 에너지 역량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묶는 구조다.

AI 인프라가 바꾼 영업 공식···그룹 포트폴리오가 경쟁력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확산을 계기로 대형 프로젝트의 영업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데이터센터는 GPU와 메모리뿐 아니라 전력과 ESS·UPS, 냉각, 네트워크, 건설, 운영까지 여러 산업의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사업이다. 개별 회사가 특정 제품이나 공정만 맡는 것보다 여러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하는 편이 고객 입장에서도 사업 전체를 조율하기 수월하다.

그룹 입장에서도 한 번 확보한 고객과 장기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 이후 증설이나 장비 교체, 운영·서비스 사업으로 영업 범위를 넓힐 여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고객을 상대로는 어느 계열사가 전면에 서고 다른 계열사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붙일지 사업 초기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계열사별로 따로 영업하는 것보다 그룹의 역량을 묶어 제안하면 신규 고객 확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후속 사업으로 연결하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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