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테슬라 모델 Y의 습격···중형 SUV 시장이 흔들린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테슬라 모델 Y의 습격···중형 SUV 시장이 흔들린다

등록 2026.10.14 17:29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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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기세가 매섭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터줏대감인 벤츠·BMW를 넘어선 데 이어 국산차의 안방까지 파고들고 있다. 한때 낯설었던 테슬라는 이제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전기차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달라지고 있다.

돌풍의 중심에는 모델 Y가 있다. 가격 경쟁력에 소프트웨어와 주행 성능, 실내 공간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이 브랜드의 명성이나 익숙함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판매량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모델 Y는 지난 9월 1만1421대가 팔려 현대차 그랜저(8898대)를 앞섰다. 1~9월 누적 판매량은 7만3123대로, 국산차 판매 1위인 기아 쏘렌토(7만4933대)를 1810대 차이로 따라붙었다. 수입 전기차 한 모델이 국산 대표 SUV의 판매량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반면 국산 SUV의 판매 흐름은 신통치 않다.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의 9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44.2%, 64.4% 줄었다. 쏘렌토와 스포티지,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도 감소세를 보였다. 차종별 신차 효과와 상품성 등 여러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모델 Y의 약진과 맞물린 시장 변화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테슬라의 경쟁력은 가격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모델 Y L은 가격을 두 차례 올리고도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넉넉한 공간과 1회 충전 주행거리, 소프트웨어를 통한 차별화된 경험이 소비자에게 선택의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만 낮추면 팔리던 시대와는 달라졌다.

물론 국산 SUV의 부진을 테슬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테슬라의 성장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소비자는 국산차라는 익숙함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성을, 수입차라는 이름값보다 실제 구매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와 판매망, 서비스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이 앞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가 달라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품을 내놓는 동안 과거의 성공 공식에 기대고 있다면 시장의 주도권은 언제든 넘어갈 수 있다.

테슬라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소비자가 왜 우리 차를 사야 하는가. 가격과 주행거리, 공간, 소프트웨어까지 구매 기준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시장 지위도 오래갈 수 없다. 국산차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국내 브랜드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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