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호황 속 사업 구조 재편미국 조선·방산 시장 진출 확대발전용 엔진·SMR로 제조 역량 확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오는 17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HD현대는 조선 부문을 통합하고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한편 발전용 엔진과 소형모듈원전(SMR) 투자를 확대했다. 조선업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사이 기존 제조 역량을 새로운 시장으로 넓히는 작업도 진행됐다. 취임 2년 차에는 사업 재편과 신규 투자가 실제 수주와 수익으로 이어지는지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42조113억원, 영업이익 6조9594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업황 개선으로 과거보다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의 매출 인식이 늘었고 전력기기 수요 확대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다만 실적 개선에는 업황의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중장기 성장으로 이어가기 위한 사업 재편도 중요해졌다.
지난해 10월 17일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정 회장은 계열사 통합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친 통합 HD현대중공업을 출범시켰고, 올해 1월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통합한 HD건설기계를 출범시켰다.
조선 부문 통합은 대형선과 중형선으로 나뉘어 있던 생산 기반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종별 수요와 수주 상황에 따라 생산시설과 인력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연구개발과 영업 조직의 운영 효율도 높일 수 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함정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재편과 함께 HD현대가 공을 들이는 시장은 미국이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계기로 현지 상선 건조뿐 아니라 함정과 무인수상정, 스마트조선소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는 무인수상정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는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업체들과 선박 및 블록·모듈 생산 협력도 모색 중이다. 선박을 건조해 수출하는 사업에서 나아가 생산기술과 자동화 역량을 현지 조선업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방산은 상선과 다른 수주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상선 시장에서는 중국 조선사와의 경쟁이 이어지는 반면 함정 시장은 안보와 기술, 공급망 요건이 수주에 영향을 미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이 방산 매출 목표를 별도로 제시한 것도 해외 함정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다만 현지 협력이 실제 수주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계약 확보와 생산 기반 마련 등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HD현대는 조선소에서 축적한 제조 기술을 전력과 원전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 생산기지와 SMR 전용 생산시설에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힘센엔진 생산기지에 8336억원, SMR 주기기 생산시설에 2386억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힘센엔진은 선박용을 넘어 육상 발전용 시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변압기와 전력기기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력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경우 엔진과 전력기기 사업 모두 추가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SMR은 중장기 사업에 해당한다. HD현대는 원자로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조선업에서 축적한 용접과 대형 구조물 제작, 품질 관리 역량을 활용해 원자로 용기 등 핵심 기자재를 생산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와 만나 차세대 원자로 상용화 협력을 논의했다. 다만 SMR은 상용화 일정과 발주 규모에 따라 사업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취임 이후 HD현대는 주력 사업의 생산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미국 방산과 전력·원전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혀왔다. 조선업 호황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가운데 신사업을 위한 투자도 이어졌지만 각 사업의 성숙도와 수익화 시점은 다르다. 조선 부문 통합은 생산 효율 개선이, 미국 사업은 실제 수주 확보가, 전력·SMR 분야는 투자 회수와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각각 과제로 남아 있다.
취임 2년 차에는 사업 재편의 성과를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이익을 얼마나 거두느냐뿐 아니라 업황 변화에도 수익을 뒷받침할 사업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정 회장 체제의 중장기 경쟁력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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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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