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 지표 축소···기술력·사업화 중점 평가바이오 매출 부담 완화···기술이전 탄력 적용기술성 배점 유연화···내년 2분기 시행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 기준이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로보틱스 등 신산업 특성에 맞게 세분화된다. 기존의 획일적인 정량 지표에서 벗어나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실질적인 경쟁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기술평가에 참여하는 전문인력과 평가기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 상장 심사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표준 기술평가모델 고도화 및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지숙 삼일회계법인 이사와 윤재숙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장이 각각 기술평가모델 개선 방향과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이번 설명회에서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다음달 말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문평가기관의 자체 모델 반영 기간 등을 거쳐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개편된 평가체계를 본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AI·우주항공 등 신산업 평가 세분화···정량보다 사업화 가능성
이번 개편에서는 기존 산업모듈과 기술모듈의 이원화 구조를 유지하되 기술모듈을 7개로 재편한다. AI와 이차전지·에너지저장장치(ESS), 청정에너지에 더해 반도체 설계·지식재산권(IP), 사이버보안, 우주항공, 로보틱스 분야의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기존 AI·빅데이터 중심의 평가체계를 개선해 기업이 실제로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갖췄는지, 개발한 모델이 운영 단계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살펴본다. 버티컬 AI 솔루션과 온디바이스 AI, AI 인프라 서비스 등 사업 유형별 특성도 반영한다.
우주항공 분야는 발사체와 위성체의 비행 이력, 수주잔고와 매출 가시성 등을 평가한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완성도뿐 아니라 라이선스·구독 등 반복매출 창출 능력도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바이오 분야의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개발 초기 기업에 불확실성이 큰 매출 전망치를 일률적으로 요구하기보다 해당 개발 단계에서 기술이 얼마나 검증됐고 사업화 전략이 적절한지를 살펴보도록 개선했다. 기술이전(L/O) 실적이나 플랫폼 기술 보유 여부가 사실상의 상장 요건처럼 해석되지 않도록 관련 지표도 정비했다.
평가 배점 역시 기업 특성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이지숙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배점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기술성이 더 중요한 기업이라면 해당 항목의 배점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 원칙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수수료 최대 50% 인상···전문기관 관리도 강화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윤재숙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장은 전문평가기관 간 평가 결과의 편차를 줄이고 평가 절차의 공정성과 기업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우선 기술평가 수수료를 국내 기업은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외국 기업은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평가기관의 전문성과 평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원가 조사 결과를 반영한 조치다. 외국 기업의 현지 실사에 대해서도 항공료와 숙박비 등 경비 지급 기준을 별도로 마련한다.
윤재숙 부장은 "평가기관별로 규모나 인프라, 인력 등 여건이 다르다 보니 평가 품질을 고려한 수수료 현실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기업이 비용을 준비하는 데 있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과도한 비용 부담도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술평가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도 기존 최소 4명에서 6명으로 확대한다. 특히 산업계 또는 사업화 전문가 1명을 포함하도록 해 기술 자체의 우수성뿐 아니라 실제 시장 진입과 사업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평가 신청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절차 개선도 추진한다. 현재는 평가 기관마다 요구하는 자료와 작성 양식이 달라 기업이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준비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기술사업계획서의 표준 목차와 작성 가이드, 사전 제출자료 목록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부적합한 기술모듈을 선택하는 문제도 방지한다. 평가 신청 이전에 업종과 핵심 기술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제출받고 거래소가 적정성을 검토해 필요하면 모듈 변경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전문평가기관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거래소는 올해 초 최근 3년간 평가 실적이 없는 기관 10곳을 제외해 평가기관을 26곳에서 16곳으로 줄인 바 있다. 앞으로는 평가 품질과 전문성,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우수 기관에는 평가업무를 추가 배정할 예정이다.
반면 평가 역량에 문제가 발생한 기관은 신규 업무 배정을 중단하고 1년간 검증기간을 부여한다. 이 기간 동안 업무 배정 규모를 절반가량 축소하고 개선 여부를 점검해 기준에 미달하면 편출하는 절차도 마련한다.
거래소는 다음 달 말 개편안을 확정하고 12월까지 관련 운영지침을 정비할 예정이다. 이후 전문평가기관별 자체 평가모델에 새로운 기준을 반영하는 작업을 거쳐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개선된 체계를 적용한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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