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늘리고 일부 은행 문턱 낮춰도 주담대 핵심 규제 유지서울 집값 89주째 상승···내년 초 대출 공급 방식도 관건
#. 내년 1월 서울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잔금 마련을 위해 대출모집인에게 주담대를 문의했다. 그런데 창구에서는 아직 1월 실행분을 접수하지 않는다는 말뿐이다. 다른 은행에도 알아보고 있지만 언제 신청해야 잔금일에 맞춰 대출받을 수 있을지 몰라 마음만 급하다. 계약 당시 예상한 한도를 받을 수 있을지, 실제 대출금리가 얼마나 될지도 걱정이다. 대출 접수가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필요한 금액을 마련하지 못할까 봐 부족분을 메울 방법도 함께 찾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고 은행들이 일부 대출 문턱을 낮췄지만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서울·수도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등 핵심 규제는 여전하고, 설상가상 금리 부담까지 커진 까닭이다. 특히 은행별 물량 배분에 따라 접수 제한도 반복될 수 있어 대출 여력(총량)이 대거 확보되는 연초에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시 대출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당초 연간 증가율 1.5%에서 3.0% 수준으로 높였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도 금융회사별 총량목표에서 별도 관리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연말 대출절벽 발생 우려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도 일부 제한을 풀었다. SC제일은행과 경남은행은 이달 모기지신용보험(MCI) 취급을 재개했다. MCI는 주담대 한도 산정 때 소액임차보증금을 차감하는 '방공제'를 보완하는 보험으로, 서울에서는 다른 한도에 걸리지 않을 경우 최대 5500만원의 한도 확대 효과가 있다.
금리 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도 나왔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5년·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낮췄고, NH농협은행도 이달 12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변동형 금리 상·하단을 0.1%p씩 내리기로 했다.
이런 조치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여력이 늘어도 차주별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에는 주택 시가에 따라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의 한도가 적용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도 넘어야 해 은행의 여력이 개인의 한도 확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접수를 재개한 창구가 단기간에 다시 닫힌 사례도 있다. 하나은행은 7월부터 모집인 접수를 실행월별로 제한하다 지난달 1일 11월 실행분 접수를 재개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날 모집인 창구를 열었지만 배정 물량이 단기간에 소진돼 다시 접수를 중단했다. 총량이 늘어도 상품·채널별 배분에 따라 이용 시점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주담대 한도와 총량관리 기조를 쉽게 풀지 못하는 배경에는 집값 불안이 자리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3% 올라 89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전체도 0.16% 올랐다. 서울 상승폭은 전주 0.16%보다 줄고 강남3구는 하락했지만 비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의 상승세는 남았다.
대출 공급 확대가 주택 매수자금 증가로 이어지면 집값 상승 기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규제 완화의 부담 요인이다. 정부도 늘어난 대출 여력을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활용하도록 하며 수요관리 기조를 유지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높은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잠재 위험으로 지목했다. 은행별 자율 형식의 총량관리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제도 운용 개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주택가격의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른 금융 불균형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7·8월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뒤 22일 연 3.00%로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기조는 유지했다.
일부 은행의 인하 조치에도 주담대 금리는 연초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41~6.51%로 나타났다. 같은 소득·만기라도 심사에 반영되는 금리가 높아지면 DSR상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 수 있다.
이날 한국은행의 대출행태서베이에서도 4분기 가계주택 대출태도 전망은 0으로 추가 강화 우세가 해소됐지만 가계일반은 -8로 강화 전망이 남았다. 기존의 높은 문턱이 낮아진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과 같은 대출 문턱이 내년 초에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과 가계대출 통계 등을 토대로 한은과 협의해 내년 3월께 2027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확정 전인 1~2월의 잠정 운용 기준과 은행별 물량 배분 방식에 따라 연초 대출 공급도 달라질 수 있다.
새해 공급 여력이 생겨도 주택가격별 한도와 DSR, 금리 부담이 남으면 차주의 자금 마련이 곧바로 쉬워지기는 어렵다. 여기에 은행이 연초 수요 쏠림을 경계해 물량을 나눠 공급하고 배정분이 빠르게 소진된다면 접수 제한까지 반복될 수 있다. 집값 불안에 핵심 규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수요자가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여유가 조금 생기거나 일부 문턱을 낮추더라도 DSR 규제나 금리 부담이 남아 있어 차주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 한도는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며 "당국 기조에 따라 연초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월별·분기별 배분을 촘촘하게 운용할 경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점에 자금을 공급받는 예측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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