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스토커’이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게 아니다. 박찬욱이기에 출연을 했다”며 박찬욱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스토커’ 촬영 전까지 그가 본 한국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이 유일했다고.
미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든 팀 버튼처럼 박찬욱도 시각적인 면에서 상당히 큰 능력을 갖고 있는 감독으로 들었다”면서 “시각화가 잘 될수록 영화 속 인물과 그들이 사는 세상은 관객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주게 된다. 배우로서 그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안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에 대한 신뢰만큼 영화에 대한 확신도 컸단다. 미아는 “시나리오를 읽고 정말 흥분됐다. 내가 출연했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면서 “극중 인디아가 정말 애매하게 묘사돼 있었다.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가 해석한 극중 ‘인디아’는 어떤 소녀일까. 미아는 “감정표현에 익숙치 않는 소녀다. 갑자기 나타난 삼촌에게 알 수 없는 감정까지 느끼는 등 감정에 대해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인디아는 ‘스토커’를 통해 18세 소녀의 그것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사실 미아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보편적인 감정 예를 들어 외로움과 욕망 갈등 등 인디아가 느끼는 감정은 충분히 납득이 됐다. 하지만 그 외에 것은 정말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바로 삼촌과 함께 치는 피아노 장면이다.
인디아와 삼촌 찰리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섹스’를 떠올릴 수 있다. 결국 인디아와 찰리의 본격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삼촌과 조카의 성적 감성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었다고 미아는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 장면이 가장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꼽기도 했다.
미아는 “그 장면 하나만 찍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면서도 “음악이란 도구가 함께 했던 현장이라 그런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감정적으론 힘들었지만”이라며 웃었다.
비슷한 장면은 또 있었다. 찰리가 인디아에게 하이힐을 신켜주는 장면이다. 미아는 이 장면에서도 연기적으로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자신이 잡아내지 못한 감성을 지적해 준 박 감독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신체 접촉을 싫어하는 인디아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삼촌)에게 몸을 맡기는 장면이다. 난 다르게 해석했는데, 박 감독은 이 장면 역시 ‘섹스’란 코드로 설명하더라. 그의 설명을 듣고 내가 잘못 이해했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박 감독을 추켜세웠다.
영화 내내 할리우드 영화에선 양념처럼 등장하는 노출이나 액션 또는 자극적인 장면 등은 ‘스토커’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자극적이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옥죈다.
미아는 “혹시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데 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면서 “박찬욱 감독이 또 불러만 준다면 무조건 그와 함께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출국과 함께 박 감독의 전작 DVD를 몽땅 챙겼다는 미아의 바람이 이뤄질지 기대해보는 것도 영화팬 입장에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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