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실증경영’ 앞장 삼성전기 최치준 사장
지난해 삼성전기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최치준 사장은 삼성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힌다. 지난 2011년 삼성전기 창립 38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승진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준비된 CEO’라는 평가도 받는다.
최 사장은 지난 1986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25년간을 줄곧 삼성전기에서만 근무했다. 특히 다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전자소자(LCR) 부문을 맡아 MLCC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사장 발탁 배경이 내부사기 진작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동안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 맡으면서 내부승진을 통해 사장에 오른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과 함께 ‘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최 사장은 삼성전기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7조9128억원, 영업이익 5805억원을 기록해 직전 해인 2011년보다 매출 31%, 영업이익 109%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돌풍에 힘입어 주요 품목인 카메라모듈과 기판 등 모바일기기용 부품 매출에 날개가 달린 덕분이다.
이 같은 고공행진은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난 2조43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 증가한 1131억원을 올렸다. 2분기에도 매출액 2조3846억원, 영업이익 2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5%, 영업이익 42%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97%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삼성전기도 이에 대한 대비 필요성이 높아졌다.
최 사장은 ‘학습과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전’을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선포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 사장은 “과학적 사고의 기반 위에 학습문화를 정착시키고 주력사업 일류화와 미래 신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학적 사고’는 최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출신인 최 사장은 부품 연구에 매진해 온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실험하고 관찰해 왔다. 그 결과 경쟁사보다 먼저 세계 최고의 초소형 고성능 MLCC를 개발했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소재 부품을 잘 다루려면 철저한 측정과 실증이라는 과학적사고 방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수시로 강조한다.
최 사장은 과학적사고와 함께 ‘소통’의 중요성도 끊임없이 설파하고 있다. 그는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한달에 두번씩 빼놓지 않고 CEO블로그에 CEO레터를 쓰고 있다. 또한 임직원들과 함께 하는 산행에도 정기적으로 나서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최 사장의 소통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 사장은 취임 후 2~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임직원이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포럼’을 열어왔다. 소통포럼은 임직원들이 2시간가량에 걸쳐 CEO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회사의 크고 작은 이슈 등에 대해 질문하면 최 사장이 직접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당에 모인 300여명은 물론이고 1만2000여명의 임직원도 각 사업장에 설치된 개인 PC로 생중계되는 소통포럼을 시청하면서 실시간 댓글을 통해 질의응답에 참여한다.
협력사와의 소통도 빼놓지 않는다.
최 사장은 올해 초 수원 본사에서 250여명의 1,2차 협력사 대표들을 초청해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상생 경영은 과학적사고의 기반 위에 고정관념을 깨뜨려 혁신에 앞장설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며 “삼성전기가 보유한 기술, 제조, 품질 노하우들이 1,2차 협력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소통 활동들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도 유명하다. 특히 삼성전기 임직원의 35%가 몰려있는 중국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어 공부를 위해 출근 시간을 당겨 공부하고 해외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중국 드라마와 영화 CD를 챙겨 감상하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최 사장은 뛰어난 중국어 실력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 현지 법인에서 통역 없이 2시간동안 중국어로 강연을 하면서 유창한 중국어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중국어에 부담이 없다보니 중국 법인 임직원들과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됐고 현지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됐다.
삼성전기는 핵심 전자부품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에 새로운 생산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공장에서 스마트기기용 기판, 카메라모듈, 전원공급장치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 예정인 삼성전기의 베트남 공장은 기존 중국(5곳), 태국(2곳), 필리핀(1곳)에 이은 9번째 해외 생산 공장이다.
하지만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량 50% 이상이 향후 베트남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아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향후 최 사장이 베트남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며 실력을 뽐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최치준 사장은
▲1958년생 ▲1977년 명지고 ▲1981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1987년 KAIST 재료공학 박사 ▲1986년 삼성전기 입사 ▲2002년 삼성전기 MLCC사업팀장 상무 ▲2003년 칩부품사업부장 전무 ▲2007년 LCR사업부장 부사장 ▲2011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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