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판, 핵심 없는 판결··· ‘재판부 만용’ 불만도

SK, 김원홍 심리 진행될 대법 판결 기대

최태원 SK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으로 여겼던 김원홍 전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채택이 재판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차단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7일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회장을 징역 4년을,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이날 재판부는 핵심 증인으로 지목받아온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됐고, 변호인 측이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선고를 강행했다.

김 전 고문은 그동안 거짓말을 반복해 ‘사건의 키’를 가졌다는 평가가 있던 인물인 만큼 새롭게 추가될 그의 증언이, 최 회장의 감형 등 재판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이 많았다.

결국 심리 미진 등에 따른 파기 환송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상황에서 이같은 재판부의 일방적인 재판 진행에 SK그룹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최재원 부회장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진술이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등이 명백해 믿을 수 있으며, 본인이 아니면 절대 지어낼 수 없을만큼의 구체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같은 진술과 각종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기에 김원홍의 증언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김 전 고문을 증언대에 세우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또 “김원홍의 인간성과 그동안의 행적으로 봤을 때 김원홍을 전혀 신뢰할 수 없어 증언대에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날 문용선 재판장은 김 전 고문의 과거 수많은 거짓 발언과 행위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을 인물이라 증인 채택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설명했다.

하지만 SK를 비롯한 업계에선 재판부가 증인 채택 거부 이유로 김 전 고문의 인간성을 거론하며 감정적인 결론을 낸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가능성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판결을 했다는 불만이다.

증언을 통해 진실성을 가려내야 하는 재판부가 그 과정에서 이를 듣지도 않고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재판권 남용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SK는 대법원에서의 파기환송을 기대하고 있으며, 아직 사건의 핵심인 김 전 고문에 대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다른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