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는 유족과 지인은 물론 고인과 친분은 없지만 작가 최인호와의 이별이 아쉬운 독자까지 6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추기경은 강론에서 "최인호 작가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거칠고 험한 삶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을 건네시던 선생님을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을 감출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추기경은 "최인호 베드로 작가는 삶을 통찰하는 혜안과 인간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는 글을 쓰시면서 많은 국민에게 사랑을 받으셨던 이 시대 최고의 작가셨다"면서 "우리는 영원히 우리를 사랑했던 최인호 베드로 선생을 마음속에 기억할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고인의 서울대교구 주보 연재글 한 대목을 인용하며 강론을 마쳤다.
고별사는 천주교 신자인 배우 안성기 씨가 했다. 안 씨는 고인을 '인호 형님'이라고 부르며 "너무 서둘러 저희 곁을 떠나신 것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함께 살아온 날들이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했다.
안씨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던 고인의 질문을 회고했다. 안씨는 고인이 "적이나 나쁜 사람은 원수가 될 수 없다. 안 보면 그만이니까.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 아내, 남편, 자식, 부모를 열심히 사랑하라는 말씀이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안씨는 "형님의 말씀이 아직도 제 가슴에 식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있다"고 생전의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이 이달 10일 아내 황정숙 씨에게 구술한 짧은 문장도 고별사에 담겼다. 고인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 하겠다. 나는 생명, 출렁인다"라는 짧은 말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지만 결국 보름 만에 눈을 감았다.
김형영 시인과 영화감독 배창호 씨, 소설가 김연수·한강 씨, 피아니스트 노영심 씨 등도 미사에 참석해 고인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미사가 끝나기 전 염수정 대주교 집전으로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예식이 진행되자 고인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으로 성당 안이 숙연했다.
1시간여의 미사를 마친 뒤 고인이 소년처럼 웃는 영정을 앞세워 운구 행렬이 장지인 성남시 분당구 메모리얼파크로 향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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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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