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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짓누르는 ‘배임죄’ 트라우마

산업계 짓누르는 ‘배임죄’ 트라우마

등록 2013.12.01 11:06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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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효성·한화 비극 선례 합법과 불법 모호한 경계주관적 판단 개입될 여지 감시 눈길에 목덜미 서늘

산업계 짓누르는 ‘배임죄’ 트라우마 기사의 사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배임죄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법자체가 모호하고 범죄 구성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배임죄 늪’ 빠져 있다.

문제는 내년도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하고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오너의 부재로 인한 위기 돌파력 한계 뿐 아니라 기업경영 위축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지원해야 하는 그룹과 계열사 경영진은 배임죄 적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배임죄가 위기의 기업을 사지로 내몰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메랑이 돼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배임죄는 기업인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내린 판단을 사후에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만큼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걸면 거는 배임죄 앞에서 어느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가(재계 관계자)”라는 비토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국내기업 29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에 달하는 49%가 ‘배임처벌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답했다.

최근 오리온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을 거절하면서 ‘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이유로 든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오리온의 경영권 안정과 배임 여부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원부락 결정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동양그룹을 지원을 했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굵직한 기업들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김승연 회장은 부실이 누적된 자회사를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고, 효성도 당시 벼랑 끝에 몰렸던 효성물산 지원이 문제가 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렇듯 배임죄 논란 속에서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그룹과 계열사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배임죄 적용 여부로 경영진을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한진에 1500억원을 지원했고, SK그룹은 계열사들과 함께 부실이 커지고 있는 SK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두산그룹도 계열사를 동원에 두산건설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실 계열사 지원이 자칫 배임죄 부메랑일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으로선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배임죄의 적용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 경영판단이라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경영진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등 법리 적용에 있어 배임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임행위에 대해서는 행위자가 누구이든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계열사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을 배임죄로 모는 것은 결국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얘기나 같다”면서 “배임죄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tama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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