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설범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 전 고문에 대한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공판에서 김 전 고문 측의 변호인의 증인심문을 통해 최 회장과 김 전 고문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윤곽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1998년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소개로 김 전 고문을 알게됐다. 김 전 고문은 상속세 납부로 고민하고 있던 최 회장의 자금 120억여원을 단기간에 800억원으로 만들어 주면서 최 회장의 고민을 덜어줬다.
이후 김 전 고문의 뛰어난 투자 능력과 식견에 최 회장이 신뢰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최 회장은 “김원홍씨가 나를 위해준다고 생각했고, 나를 위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SK사건 수사 초기에 검찰 수사에서 “김원홍씨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쌓았고 세상 동정에도 눈을 뜨게 됐기 때문에 돈을 잃었지만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도 이러한 신뢰관계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발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인수도 김 전 고문의 조언이 결단을 내리는 계기가 됐다.
이날 김 전 고문의 변호인은 “하이닉스를 인수를 결정하기 전에 김원홍씨가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2~3년 안에 최소 2조원 이상의 이익이 나오고 최고 4조5000억원까지 잉익이 날 수 있다’고 조언했고, 이 같은 조언이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받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최 회장은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와 같은 얘기를 했던 것은 맞다”고 답했다.
또한 SK C&C의 상장을 결정하는데도 김 전 고문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에게 “SK C&C를 상장하면 단기간에 상장가(3만원)의 두배가 넘는 7~8만원까지 오를 것이고 최고 15만원까지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와인이나 한병 선물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한때 SK그룹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도 김 전 고문의 인사청탁 때문이었다. 김 전 대표는 SK그룹 계열사인 워커힐과 SK텔레콤에서 최연소 상무를 역임한 바 있다.
이 같은 고속승진이 김 전 고문의 부탁 때문이었던 것으로 이날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후 김 전 고문이 SK그룹을 퇴사하자 최 회장이 다른 회사로의 취업을 주선하기도 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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