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립적 총괄기구 검토 ‘컨트롤타워’ 필요관료 조직·예산 밥그릇 다툼 행태 벌어질수도
지난 2002년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루사’가 지나간 이후 정부는 2004년 행정자치부 산하 민방위재난통제본부를 재난관리전담기구인 소방방재청으로 확대해 발족시켰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손질했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으로 구축하고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재난 수습을 총지휘하도록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안전행정부가 맡고 소방방재청은 ‘자연재해’만 담당하는 것으로 기능을 이원화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장관이 다른 부처의 장관들을 지휘한다는 부분이 현실과 맞지 않고 소방방재청의 전문 인력을 배제한 채 비전문가인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재난 수습을 맡길 경우 초기 대응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난청 신설두고 옥신각신 = 재난청 신설이 최초 언급된 것은 사고 5일째인 지난 20일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안전행정부와 군, 경찰 등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 현장에서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고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새누리당은 각종 재난·재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독립 기관을 신설해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형 재난·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정부 부처 및 각 기관 간 공조가 중요한데 재해대책기구가 국무총리실, 안전행정부에 각각 나뉘어 있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만큼 이를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사고대책특별위원회 간사인 안효대 의원은 “재난청 신설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소방방재청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재난청 신설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경기도 이천 냉동 물류센터 화재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효율적인 재난 대비와 수습이 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의 기능 조정 부분을 검토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당시 그는 “국가적 재난이나 대형 참사 등을 대비한 소방방재청의 기능이 매우 미흡하다”며 “외국의 경우 재난청 등이 따로 있어서 실질적으로 독립적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마당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재난대응기구 신설 논의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지금은 현장 수습이 우선이지 대책부터 쉽게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도적으로도 구멍이 많아 종합 대책이 필요한 때에 책임 있는 접근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내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회 역시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책은 추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부재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난관리는 국가의 최우선 정책이 돼야 한다”며 “재난구호 조직은 임시가 아닌 상설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상설조직으로 다양한 재난예방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치권과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감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재난청 신설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반대했다. 이 교수는 “재난상황이나 위기상황에서 관료들이 조직과 영향력을 키우거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번 참사와 우왕좌왕 대처는 공무원들의 부패와 무능에서 발생한 것으로 재난청 신설 논의는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회의적이지만 어느 정도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은 “재난청이 새로 생긴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본다”면서도 “국무총리 직속인 ‘처’ 급으로 만들어 상황이 발생됐을 때는 모든 부처가 해당 처 관리의 지시아래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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