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법 그동안 관심도 없더니···

계류 법안 한가득 “일단 내고보자”

법 개정안 27건 중 7건만 국회통과

국민여론 의식···양보다 질 따져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각종 재난 법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 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의 요구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총에 몸이 바짝 단 여야는 아직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그대로 둔 채 추가적인 법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민감한 국민 여론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이 일단 내고보자는 식의 법안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선박 등 해상 위기 상황에서 선장의 인명구조 의무를 강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선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박덕흠 의원도 세월호 침몰 사고 직전인 지난 15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재원 의원의 경우 “해수부 관료 출신들이 해양 관련 산하·유관기관 핵심 보직을 독식하면서 봐주기식 일처리로 최소한의 감시·감독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밀려있는 법안을 그냥 둔 채 ‘뒷북’ 법안 발의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결과 정쟁으로 얼룩진 19대 국회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 중인 재난관련 법안은 한보따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들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27건이 제출됐지만 지금껏 처리된 법률은 7건에 불과한 상태다. 선박 관련 법안 22건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8건에 그쳤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중앙안전관리 민관협력위원회 설치와 재난 발생 시 위기관리 매뉴얼 평가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안전행정위에 깊이 잠들어 있다.

지난 18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긴급 구조 활동에서 공이 큰 자원봉사자에게 포상 근거를 마련해 주자는 뜻으로 발의했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이나 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로 해양에서 안전관리 효율화와 국민의 생명, 재산보호를 위해 해양교통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해사안전법 개정안은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지난 2010년 9월 변웅전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이 이재민에 대한 생계안정자금 지원, 대학생 학자금 대출 상환 연기 및 이자 감면, 상담 활동 지원 및 정신적 치료비용 제공 등을 목적으로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역시 같은 운명이 됐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