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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무비게이션] ‘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등록 2014.06.06 15:56

수정 2014.06.06 20:59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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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기사의 사진

영화감독 장진을 ‘흥행’과 결부시키기에는 사실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봐도 ‘흥행’이란 기준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장진이란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하는 현상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 준 절묘한 상황극과 그 속의 기묘함에 열광한 마니아들의 환호성 때문일 것이다. 장진 감독은 항상 그랬다.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때로는 대사의 맛깔스러움으로, 한 편으론 그 상황 자체를 블랙 코미디로 탈바꿈시키는 작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하지만 문제는 가끔, 아니 거의 대부분이 영화 전체의 주제를 덮을 정도로 기발한 작법이었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주객전도’형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고, 그래왔다.

하지만 ‘하이힐’이란 영화에서 장진은 자신의 이런 작법의 약점을 정확하게 간파한 듯 작심하고 자신을 지워냈다. 우선 제목 자체의 강렬함이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려는 지 관객들에게 정면으로 들이댄다. 강렬한 차승원의 이미지와 함께 ‘내 안에 그녀가 죽었다’란 포스터 카피와 함께 어우러진 ‘하이힐’이란 제목은 단박에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도 주제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된다. 이건 쉽게 말하면 자신감이고, 어떤 면에선 자만감에 가깝다.

 ‘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기사의 사진

우선 자신감의 기준으로 보자면 장진의 도전은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던 ‘킬러들의 수다’를 넘어섰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가 바꾼 스스로의 작법은 우선 ‘캐릭터의 얘기를 들어 달라’던 강요의 입장에서 순응으로 바뀐 점이다. 지욱(차승원)이란 성적 소수자를 통해 그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관습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정면으로 꼬집고 조용하지만 강하게 얘기 한다. 단지 얘기만 한다.

지욱은 자신의 편인 진우(고경표)도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관계로 이끌어 가는 장미(이솜)에게도 동경과 흠모의 대상이다. 급기야 적으로 나오는 허곤(오정세)에게도 그는 이성과 동성의 그것을 넘어서는 흠모를 받는다. 그런 지욱의 베이스는 남성성의 꼭지점에 있는 ‘마초이즘’이다. 지욱은 완벽한 남자고, 그런 남성성을 선의 구분 없이 드러내는 매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가 여성의 내면을 갖고 있다면. 이 지점에서 출발한 영화가 ‘하이힐’이다.

 ‘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기사의 사진

출발 자체가 이렇게 시작하다 보니 성적 소수자를 소재로 한 느와르 외피의 영화로 착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욱이 끝내 숨길 수밖에 없는 내면의 여성성을 제목 ‘하이힐’로 투영했듯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갖고 싶은 것이 있지만 결코 가질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리고 연출자인 장진 감독이 말한 ‘사회적 보편성에 대한 반기’ 즉 외모를 기준으로 내면까지 재단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욕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자신조차도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여성을 외면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남성성을 끌어내고 급기야 잔인성을 드러내는 지욱의 모습처럼 ‘하이힐’은 이 모든 것이 ‘무관심’과 ‘외면’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욱의 형사 파트너이자 친동생과도 같은 진우도 지욱의 주변에서 맴도는 장미도 그와 함께 할 수 없지만 그의 모든 것을 동경하는 허곤도 지욱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욱의 내면이 변태 성욕자가 바라본 찰나의 시선에서 드러나는 장면은 ‘하이힐’이 주제가 단박에 드러난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다. 그 장면에 드러나고 떨리는 차승원의 눈빛은 ‘하이힐’을 본 관객들의 가슴에서 쉽게 지워지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게 스크린을 뒤덮는 여운을 갖는다.

 ‘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기사의 사진

주제와 연기의 강도를 제치고 보자면 이 영화, 장르적으로 ‘느와르’란 외피를 쓰고 있다. 사실 ‘느와르’란 장르가 국내에선 어느 시점부터 액션의 변주 정도로 탈바꿈한 상태다. ‘하이힐’ 역시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차승원의 시원한 룸살롱 액션이 펼쳐진다. ‘지욱’이란 캐릭터가 갖는 여성성의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 연출된다. 하지만 잔인한 장면보다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차승원이란 배우의 기럭지가 뽑아낸 우아함이라고 하고 싶다. 이쑤시개 그리고 꽃게 다리 등 다소 황당한 도구들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극중 허곤이 지욱에게 반한 ‘우산 액션 시퀀스’와 함께 ‘하이힐’의 액션 양대 산맥이다.

하지만 진짜 ‘하이힐’ 속 액션의 백미는 영화 포스터에도 드러난 카피에서 찾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안에 자리한 여성을 죽이고 적진으로 홀로 들어가는 지욱의 걸음걸이와 눈빛 여기에 피로 물 들은 여성용 흰색 블라우스의 실루엣은 잔인함 보단 처연함, 처연함 보단 슬픔이 물들어 있다. 지욱의 심정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시퀀스의 핵심이다.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추천하고 싶다.

 ‘하이힐’ 속 장진과 차승원의 뜨거운 진심 기사의 사진

차승원이란 마초의 극단에 선 배우가 그린 여성의 상처, 그리고 기묘한 작법의 대가로 불리는 장진의 뚝심 있는 돌직구, ‘하이힐’은 두 남자가 그린 한 여성의 가슴 절절한 멜로 영화다. 분명 관객들은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이게 장진과 차승원 두 동갑내기가 말하고 픈 진짜 속내다. 분명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의 결과물이다. 그 자신감 믿어도 될 듯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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