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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지금 ‘사극 광풍’···“그럴만한 이유 있다”

[포커스] 충무로는 지금 ‘사극 광풍’···“그럴만한 이유 있다”

등록 2014.06.21 08:00

수정 2014.06.21 12:14

김재범

  기자

여름은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다. 더워지는 이 시기, 시원한 극장에서 화끈하고 큰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것만큼 확실한 피서법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들은 6~8월 앞 다퉈 블록버스터 라인업을 준비한다. 각급학교의 여름 방학까지 맞물리니 금상첨화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이 이 시기에 결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록버스터로만 장르를 규정한다면 사극만한 요소도 없을 것이다. 시대적 고증과 규모 그리고 스토리의 확장성에서 사극은 블록버스터의 구성력을 갖추기에 안성맞춤이다. 6~8월까지 개봉 대기 중인 사극 화제작 라인업을 살펴보고 사극을 주목하는 충무로의 시선을 살펴보자.

 충무로는 지금 ‘사극 광풍’···“그럴만한 이유 있다” 기사의 사진

◆ 사극, 팩트와 상상력의 결합

그동안 충무로의 사극 핵심은 ‘왕’이었다. 가장 최근 ‘역린’의 정조,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광해군, ‘관상’의 단종, 수양대군(세조), ‘왕의 남자’ 속 연산군, ‘가비’의 고종황제까지 조선시대 왕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극적 흥미요소부터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여러 변곡점으로 장식할 부분이 많았다. 흥행 성적도 좋았다. 1000만(광해, 왕의 남자)과 900만(관상)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극 블록버스터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충무로 제작사들의 단골 제작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사극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상상력의 한계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고 결말이 드러난 사극의 스토리에서 상상력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점이 관객들의 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충무로 한 중견 제작사 관계자는 “사극은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시대적 고증과 많은 예산, 여기에 제작 노하우가 없이는 손을 대기 힘든 장르다”면서도 “기본 팩트를 중심으로 세밀한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이다. 관객들에게 익숙함과 호기심 두 가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조 암살 시도 사건에서 출발한 ‘역린’,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된 광해군의 삶 속에서 사라진 시간을 상상력으로 채운 ‘광해, 왕이 된 남자’, 연산군의 동성애를 그린 ‘왕의 남자’가 팩트+상상력의 결합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흥행작이다.

상상력이 현실의 불만을 채우는 대리만족으로 이어지기에 인기를 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KBS1에서 방송 중인 사극 ‘정도전’의 경우 매회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이 이미 학창시절 역사시간에서 배운 내용들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 할수록 인기는 더해지고 있다. 당대 정치가들의 머리싸움을 통해 현실 정치와의 비교를 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중장년층 팬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인 허지웅은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을 통해 “사극의 장점은 현실 공유의 목적이 크다. 이를 기반으로 본다면 ‘정도전’은 정말 훌륭한 드라마”고 평가하기도 했다.

 충무로는 지금 ‘사극 광풍’···“그럴만한 이유 있다” 기사의 사진

◆ “사극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사극의 영웅담은 여러 번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충무로 제작 시스템에서 사극 속 위인열전 특히 영웅들의 서사는 사실 배제돼 온 아이템이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사극의 특성, 여기에 영웅담이 더해지면 스케일은 더욱 커지게 된다. 투자 대비 효율성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단 얘기가 된다.

하지만 사극이 가질 수 있는 태생적 한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곧 그 결과물이 관객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평가받는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명량해전’을 스크린에 옮긴 ‘명량’은 최민식이란 걸출한 배우가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옮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 모두 몇 차례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 ‘명량’은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군을 격퇴한 ‘명량해전’의 대규모 해상 전투 장면을 재현했단 점에서 화제성이 크다. 제작비 규모면에서도 100억이 넘는 대작이다.

투자 배급사인 CJ E&M 측은 “사극 액션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사극 특히 대규모 해상 전투 장면을 재현했던 작품은 국내에선 한 번도 없었다”면서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위대했던 영웅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부심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조선시대의 의적에 포커스를 맞추고 출발한 ‘군도: 민란의 시대’ 역시 스케일 면에선 다른 작품과 비교불가를 선언한다. 역사적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역사가 왜면한 민초들의 삶 속에서 사극이 갖지 못한 역동성에 포커스를 맞춘다. ‘군도’ 투자 배급사 쇼박스 측은 “사극도 볼거리와 스케일만 크다고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군도’는 액션 활극을 통한 통쾌함이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톱스타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조선시대로 옮기면 나올 듯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손예진-김남길 주연의 색다른 조합과 함께 ‘명량’이 ‘셀링포인트’로 내세운 ‘해상전투’에 ‘어드벤처’란 요소를 더한 사극판 종합선물세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 달 말 막을 내린 칸 국제영화제 마켓에서 해외 15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올렸다.

투자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 측은 “당시 마켓에서 ‘해적’ 짧은 예고편 영상을 공개했는데 해외 바이어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면서 “‘완벽한 CG 퀄리티 및 규모감, 화려한 액션신 등으로 전체 영화에 대한 큰 기대감이 드는 작품’ ‘칸 마켓에서 여러 한국 사극 블록버스터를 봤지만 그 중 가장 오락적이고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영화’란 평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흥행 요소와 대내외적인 호평에도 불구하고 ‘사극’이란 장르는 ‘역사 왜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점, 사극이란 장르 속에 녹아 있는 시대적 정서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흥행성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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