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권 자동차 전문 그룹임에도 근무 시설 태부족···글로벌 통합 컨트롤타워로 활용컨벤션센터·자동차 테마파크 등 함께 건립 추진···삼성과 부지 인수 경쟁 치열해질 전망
현대차그룹은 해당 부지의 원소유주인 한국전력이 17일 이사회를 열어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의 매각 방안을 논의키로 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이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이하 GBC)’를 건립키로 하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해 11월 전남 나주시에 마련된 신사옥으로 본사를 옮기고 삼성동 사옥 부지는 내년 11월까지 제3자에 공개 입찰을 통해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매각대금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의 일환인 부채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에 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부지에 GBC 건립을 추진해 세계 각지의 사업장과 그룹 계열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도 함께 건립해 GBC를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GBC에 국내 최고 수준의 호텔과 대규모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과 공연장을 포함한 문화시설, 자동차박물관·전시장·체험관을 포함한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과 대형 유통시설을 포함한 쇼핑몰 등 각종 시설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에게 삼성동 한전 사옥 부지는 매우 간절한 땅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경영상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전 계열사 통합 컨트롤타워가 아직 없다.
지난 2000년 계열분리 이후 서울 양재동에 그룹 사옥을 마련했지만 이곳의 수용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다.
실제로 서울지역에 소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이고 소속 임직원이 1만8000명에 달하지만 협소한 공간 탓에 양재동 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 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영업본부는 서울 대치동과 압구정동에 분산 배치돼 있고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도 양재동 사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현대모비스와 이노션 등 일부 계열사는 역삼동 오피스 빌딩을 임대 사용하고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약점 때문에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는가 하면 외부 VIP의 본사 방문 시 영접 공간 부족으로 회의실이나 임원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지난 2006년부터 서울 뚝섬에 110층 규모로 GBC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건축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건립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본사와 인근 공간을 활용해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공격적 경쟁을 펼치는 상황인 만큼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와 파워를 높이기 위해 GBC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파했다.
특히 GBC는 대규모 경제·문화적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 향상, 나아가 국가브랜드 제고에 기여해 단순한 제품으로서의 자동차를 뛰어 넘어 자동차를 매개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복합지역’ 개발 계획과 GBC의 건립 취지가 전적으로 부합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GBC가 조성되면 건설·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부가가치·고용·소득유발 효과와 신규 컨벤션 수요 창출 등 대규모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본사를 한국에 두고 있음에도 국내 인프라 부족으로 연인원 7만~8만명이 참석하는 대형 행사를 해외에서 치러야 했다”며 “GBC가 설립되면 대규모 해외 행사의 국내 유치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지는 서울 강남권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철 2호선과 영동대로가 오가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인데다 서울시가 코엑스와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를 대규모 컨벤션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복안이 있는 만큼 인기가 폭등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지를 두고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물밑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부지 매입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립 의사를 타진하면서 이들 기업의 경쟁도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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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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