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통점은 90년대를 주름잡던 왕년의 인기 가수였다는 것이다. 2014년 현재 이들에게는 새로운 공통분모가 하나 더 생겼다. 무대에 오르며 인생 2막을 올린 90년대 톱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라는 점이다. 위에 나열하지 않았을 뿐,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는 정말 많다. 게다가 현재 활동 중인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일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 ‘I ♡ 뮤지컬’···가수들이 무대에 눈 돌리는 이유
가수들이 무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뮤지컬 관계자들은 “가수가 뮤지컬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개인적인 역량이 넓어지고 뮤지컬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뮤지컬을 선택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돌 그룹에서 펼치지 못한 재능과 끼를 개인 활동을 통해 펼치고 싶다는 것인데 이건 그룹과 팬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한물간 왕년의 오빠들 사정은 조금 다르다. 깨놓고 말하자면 왕년의 꽃미모는 주름으로 바뀌었고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 톱가수의 티켓파워 역시 이제 남의 세상 이야기다. 더 이상 ‘가수’라는 꼬리표에 기댈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 2003년은 아이돌 1세대와 2세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시점이었다. 가요계를 주름잡던 가수들은 자연스레 뒷방으로 밀려났고, 방송국을 대신해 묵혀온 끼와 재능을 발산할 일터가 필요했다. 그런 그들에게 음악과 춤이 있는 뮤지컬 무대는 무척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 가수는 뮤지컬 오디션을 안본다고? 이제 옛말
지난 1995년 솔로 앨범으로 데뷔, 1997년 YB를 결성하고 얼굴을 알린 윤도현 역시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배우다. ‘광화문 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의 필모 그라피도 척척 쌓아가고 있는 윤도현이 오는 12월 뮤지컬 ‘원스’의 남자주인공으로 분한다.
뮤지컬 ‘원스’는 지난 2006년 아이랜드에서 제작된 인디 영화 ‘원스’가 원작이며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처음 뮤지컬로 탄생했다. 그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주요 8개 부문을 수상했고 그래미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은 이듬해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도 이어졌다.
이같은 흥행과 호평세례가 한국 공연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BBC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원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도현은 “데뷔하고 처음 오디션을 봤다”고 털어놓으며 “오디션을 마치고 내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 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뮤지컬은 내가 늘 하는 무대와는 분명히 다른 무대죠. 다들 아시겠지만 연기도 할 수 있고, 다른 분이 작곡한 곡을 제가 노래할 수도 있고, 그리고 다른 배우, 앙상블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는 매력도 있어요. 재미있게도 뮤지컬을 하게 되면 저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인생 변화, 음악 변화 같은 것들이죠” (윤도현)
윤도현은 뮤지컬 무대의 매력에 대해 행복한 얼굴로 설명했다. 데뷔 20년차 윤도현이 오디션도 불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90년대 데뷔한 가수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히 안다. 또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작업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자신의 피가 빨리는 줄도 모르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가짜를 흉내내는 연기를 하고도 고액 개런티를 받는 것에 만족하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의 ‘어린 생각’과는 분명 다르다.
◆ “부딪혀보자” 오빠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
아이돌 그룹 ‘클릭비’ 출신 오종혁은 아이돌 출신 가수가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 한 가장 좋은 예다. 그는 1년 사이 대학로에서 부쩍 자랐다. 뮤지컬 ‘그날들’을 거쳐 ‘공동경비구역 JSA’와 ‘블러드 브라더스’까지.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공연에 주연을 꿰차며 연타석 안타를 쳤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180도 변했어요. 여러 사건을 치르며 큰 상처도 받았고 어느 순간 사람이 무서워졌고 말수도 줄었죠. 그나마 나아진 건 공연에 집중하면서입니다. 몸 부대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또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어요.” (오종혁)
오종혁은 자신의 진심을 꺼냈다. 무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그는 최근 연극 무대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8월, 연극 ‘프라이드’를 통해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정말 어려웠지만 작품 끝내고 나니 꼭 연극을 하고 싶더라고요.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몰라 이른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도전했어요. 배우로의 성장을 위해서. 욕을 먹더라도 한번 부딪혀 보자고 마음 먹었죠.“ (오종혁)
남다른 시작이었지만, 노력으로 실력차를 극복하고 당당히 뮤지컬 배우로 인생 2막을 올린 ‘왕년의 오빠들’은 인생 3막을 위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안주하지 않는 오빠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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