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인한 은행권 수익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경영진이 꺼내든 카드는 ‘구조조정’이었다. 지점 수와 인력을 줄이면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은행권은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금융지주사는 몸집 불리기를 지속해 분위기에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임원 보수 31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 총 195억원을 사용했다.
이마저도 임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에게 부여된 3만주 가까운 성과연동주식을 제외한 수치다. 이를 합치면 KB금융의 인건비는 2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2008년 금융지주체제 출범 후 KB금융지주는 계속 커졌다.
출범 다음 해인 2009년 직원 수는 100명, 인건비는 121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4년 만인 지난해에는 151명, 195억원으로 그 규모와 액수가 각각 50% 넘게 급증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2009년 말 2만5900여명에서 지난해 말 2만1700여명으로 4000명 넘게 줄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신한·하나·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지다.
2001년 금융지주 체제를 출범시킨 신한지주는 지난해 임원 보수 20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만 총 184억원을 썼다. 직원 수는 148명에 달한다.
2002년 말 56명, 65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교하면 직원 수와 인건비 모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전체 직원수는 2013년 12월말 1만3440명이었으나 올해 3월말에는 이보다 66명 줄어든 1만3374명이다.
2001년 3월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도 2012년 직원 수와 인건비가 각각 136명, 127억원까지 늘었지만, 민영화를 앞두고 지주체제를 폐지하기로 해 올해 들어 그 규모를 크게 줄였다.
2005년 출범한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111명으로, 인건비로는 129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김정태 회장과 최흥식 사장에 부여된 30억원의 성과연동주식(연말 종가 기준 김 회장 17억원, 최 사장 13억원) 한도가 오는 2016년 100% 지급된다고 가정하면 총 인건비는 159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전체 직원수가 작년 말 7704명에서 올해 3월말 7705명으로 1명 늘어났으나, 행원의 규모만 놓고보면 그 수가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행원의 수는 4194명에서 4096명으로 100명 가량 줄어들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내분 사태로 금융지주회사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체제를 추진한 것은 ‘글로벌 금융그룹’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금융그룹들의 해외 수익 비중은 2~6%로 한 자릿수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일본의 도쿄미쓰비시UFJ은행 등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화와 다각화에 실패했으면서도 지주사 회장이 계열사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싶은 욕심에 인력과 예산을 무리하게 늘린 탓에 '덩치'만 커졌다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내걸었지만 실제 결과는 관치금융과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국내영업 중심 경영”이라고 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지주 체제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현재의 금융지주 체제는 없는 것만 못 하다는 것”이라며 “회장과 행장의 겸임, 사외이사에 주주·직원 대표 참여, 이사회 논의절차 투명화 등 핵심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융노조 차원에서 지주사 폐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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