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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풀자, 주택시장 이상신호

[9·1대책 한 달]재건축 규제 풀자, 주택시장 이상신호

등록 2014.09.30 16:19

수정 2014.10.02 07:59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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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강남 재건축 추진에 전세난 골치정부, 낙수효과 노렸지만 양극화만 심화신용대출 갈아타기 봇물···서민주택 한산

강남 대치동 미도아파트 전경. 사진=성동규 기자 sdk@강남 대치동 미도아파트 전경. 사진=성동규 기자 sdk@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한 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금융규제 완화에 이어 재건축 규제 빗장이 풀린 주택시장은 정부와 의도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는 여론의 뭇매를 감수하면서도 강남에 혜택을 몰아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양극화만 불러왔을 뿐 시장 분위기 반전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실제 분양시장은 위례 등 일부 지역에만 수요가 몰렸고 매매시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만 호가가 올라가는 등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강남 재건축 가속에 따른 전세난 등 새로운 문제까지 겹쳐 시장 혼란은 점점 가중한 상태다.

◇강남발 재건축 전세대란 초읽기=강남 일대는 재건축 본격화로 이주수요에 따른 전세난이 예견된 상태다. 문제는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로 속도를 낸 재건축 단지가 늘면서 전세난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은 재건축 시행으로 2만4000가구 이주가 예상되고 정비사업 외 이주 물량인 5000가구까지 더하면 2만9000가구 전세가구 공급이 필요하다. 내년 공급물량을 고려하면 약 1만2000가구가 부족할 것으로 관측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최근 ‘강남4구 재건축 집중 전세난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 중 재건축 시기 조정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조율하고 전세난이 심화하면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전세난 해결은 요원하다. 사업이 지연하면 건축비와 인건비, 금융비용 등 사업비가 증가해 분담금이 늘어나 주민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추가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도 서울시 재정 여력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해결을 위해 공공물량 확대, 월세 소득공제 확대, 민간 임대시장 확대 등 다양한 혜택과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임대시장 대부분을 공급하는 민간임대에 대한 정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되는 곳만 된다’···양극화 심화=정부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로 시장에 군불을 지폈으나 전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일단 수치상으로만 보면 거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거래 증가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특정 지역으로 쏠린 것을 알 수 있다.

국토부는 최근 8월 주택 매매 거래량이 7만5973건으로 2009년 8월(8만1154건)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달(4만6586건)보다는 63.1%나 늘었다. LTV와 DTI 규제 완화 방침이 발표된 7월부터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은 3만4537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달(1만9745건)보다 74.9% 증가했고 지방은 4만1436건으로 지난해(2만6841건)보다 54.4%나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1703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달(605건)보다 181.5% 급증했다.

수도권에서 올해 1순위 마감된 단지(이달 11일 기준)는 대체로 신도시와 택지지구였다. 위례·동탄2신도시에서 각각 3개 단지, 부천옥길·시흥목감·하남미사지구 각각 1개 단지 등이다.

신도시·택지지구를 제외하면 광주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광주역’이 2·5블록에서 각각 1순위 마감된 것이 유일하다. 이는 일부 인기 지역 단지에만 청약경쟁이 몰렸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점차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같은 단지 내에서도 이러한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라는 집은 안 사고···생활비 대출만 증가=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규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포석이다. 낙수효과를 노려 판을 벌였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나머지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림이다.

주택구매력이 높은 사람은 신규분양시장에 몰려들었으나 구매력이 떨어지는 서민은 전보다 받기 쉬워진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주택거래가 아닌 신용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양도 포함)은 4조6000억 원 늘어나며 8월 말 잔액이 385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모기지론양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던 2012년 12월 4조6100억 원 이후 가장 큰 증가세이자 7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2조6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출 규모가 급등한 것도 문제지만 대출 기금이 부동산시장에 흐르지 않고 마이너스통장 정리, 생활비 등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8월 은행권 마이너스 통장대출 등 기타대출 순증액은 없었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월 기타대출은 평균 1조원 순증 했다는 점을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더 낮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로 신용대출을 갚은 사례가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대출 흐름으로 집값 회복의 기회조차 잃을 수 있고, 자칫 폭락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시세 하락 때 가계부채는 부실 심화로 사회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는 지적은 숱하게 지적된 사안이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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