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한국인 멤버로 구성된 엑소 K팀과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M 팀을 차별했다. 데뷔 초, M팀은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또 업무 강도나 흥행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은 액수를 정산 받았으며, 무리한 일정과 지나친 사생활 간섭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 (루한)
국내 빅3 엔터테인먼트社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중국인 멤버 루한(LUHAN)은 서로 다른 주장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달 루한은 엑소의 태국 콘서트에 돌연 불참했다. 당시 SM 측은 “루한이 두통과 수면장애로 휴식이 필요하며 장시간 비행은 무리일 것 같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쉬이 납득하기 힘든 설명이었고, 팬들의 심장은 철렁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제 2의 한경-크리스 사태가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루한은 공식 행사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소문은 무성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루한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주목할 점은 크리스, 루한의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한결 측이 루한의 변호를 맡았다는 것. 모양새 역시 같다. 루한의 소장이 접수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매체는 이를 보도했고, 심지어 이후의 행보에 관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
국내에서 루한의 팬덤은 상당하다. 엑소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막강한 팬덤을 가진 루한의 탈퇴에 국내 팬들은 또 한숨짓게 되었다.
◆ 중국인 멤버 영입과 동시에 시작된 SM 中 멤버 잔혹사
시작은 5년 전. 그룹 동방신기의 해체로 야심차게 출격시킨 남성 12인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중국인 멤버였던 한경이 소속사 S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한경은 지난 2009년 12월, 국내 법무법인 한결을 통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 2010년 12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SM이 항소했으나 2011년 9월 한경이 소를 취하하면서 법정 다툼이 마무리되었다.
주목할 점은 현재 한경은 중국은 물론, 미국 헐리웃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 슈퍼주니어 출신이라는 데 힘 입어 중국 등지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했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 영화에 캐스팅되는 등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왜 그는 한국을 떠나야 했을까? 한경은 지난해 말 최근 베이징TV ‘음악풍운방’과의 인터뷰에서 슈퍼주니어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놓고 탈퇴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한경은 “‘슈퍼주니어M’ 활동 당시, 한국에서 데뷔한 첫 외국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법률이 완벽하지 않았다. 광고도 찍을 수 없었고 일부 스케줄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억울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슈퍼주니어를 탈퇴한 결정적인 이유로 “일이 즐겁지 않아서였다”고 꼽았다. 그는 “회사에 가수가 아닌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요청했고 영어 공부도 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자폐증이 생길 것 같았다. 누구는 광고를 찍으러 가고 드라마를 찍으러 가는데 난 왜 안 되는가 싶었다. 오랜 시간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졌고 결국 자살을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고, 그의 극단적인 발언에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SM은 외국인 멤버 영입을 꾸준히 시도했고, 더 체계적으로 외국인 멤버 관리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불씨는 국내 최정상 그룹 엑소에서 불거졌다.
지난 2012년 4월에 데뷔한 엑소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엑소-M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엑소-K로 꾸렸다. 각각 멤버들의 체격조건, 이미지 등을 고려해 철저하게 만들어진 그룹이었다. 데뷔 후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5월, 엑소-M 리더 크리스는 한경의 전철을 밟았다. 한경이 제기한 소송과 동일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냈고, 부당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행됐다는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당시 크리스의 주장은 이러했다. 연예인이 아닌 통제 대상으로 여기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사전 동의없이 스케줄을 강행해 건강에 문제를 줬다는 점, 수입 정산시 계산표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
크리스는 소송 제기와 함께 중국으로 향했고, 즉시 영화에 합류했다. 현재는 세 번째 영화에 합류해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역시 한경과 똑 닮았다.
◆ 중국의 두 얼굴···차이나 머니 vs 차이나 의리
SM 엔터테인먼트가 엑소의 두 멤버의 탈퇴에 대해 “배후 세력이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크게 보면 ‘차이나 머니’다.
한국에서 그룹 활동으로 날개를 단 멤버들에 차이나 머니를 등에 업은 중국 브로커가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한경과 크리스의 소송과 중국 내 활발한 활동으로 볼 때 충분히 잠작 가능하다.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에서 잘 키워진 스타는 하나의 콘텐츠로도 볼 수 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거액을 들여 한국의 좋은 콘텐츠를 꿀꺽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 근간에는 엄청난 차이나 머니가 있다. 그룹 활동을 통해 N분의 1 형태의 정산을 통해 활동이나 인기만큼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이런 차이나 머니의 유혹과 비전 제시에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거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A씨는 “중국 업체에서 누구에게 엄청난 계약금을 제시했다더라, 누구에게는 백지수표를 제시했다더라 등 소문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먹튀 행태가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최고 인기 예능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쾌락대본영’의 방송사인 후난위성TV의 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크리스에 이은 루한의 행동을 두고 중국의 많은 팬들은 ‘의리 없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팀을 탈퇴하는 것은 그룹 전체에 지장을 주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엑소의 중국인 팬 B씨 역시 “팬들은 개인의 매력에도 열광하지만, 무엇보다 엑소라는 팀에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해 엑소라는 팀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게 누구라도 응원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B씨는 “이런 행동은 중국 팬들 사이에서도 의리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고 덧붙였다.
◆ 팬들은 언제까지 당해야 하나? 문제를 즉시하는 업계의 자세 요구
그렇다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체계에 문제는 없을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A씨는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데뷔시키기 위한 비용이 들고, 이러한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고, 첫 수익이 발생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아이돌 역시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외국인 멤버의 경우는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아이돌 그룹 외국인 멤버가 다수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B씨는 “중국인 멤버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활동하게 해달라는 의사를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이는 언어 문제로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제약을 받는 한계를 느끼고, 자국으로 유턴하는 행보로 관측된다. 관계자 B씨는 “이런 요구에 현지 활동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해외 수출용으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있다. 또 중국내 광고 촬영 등을 통해 그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주며 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않은데 따른 아쉬움을 전했다. B씨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존재한다. 국내 가수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툭 터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한데 반해 중국인 멤버들은 언어나 정서 등의 문제로 제 3자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속 연예인과 관련된 송사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입을 모으며 이 같은 사태를 견제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경, 크리스, 루한의 전철을 밟기를 희망하는 일부 외국인 멤버들이 존재한다는 것. 브로커 측이 먼저 손을 뻗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았거나 유명세를 얻지 못한 중국인 멤버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대리인을 통해 먼저 접촉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송을 기피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생리, 속보를 쫓는 매스컴, 중국 내 차이나 머니 등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외국인 멤버가 존재한다는 거다.
봉인이 풀린걸까? 언제까지 수수방관할건가? 동선을 가두고, 계약서를 이롭게 만드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업계는 이러한 점을 노력이라고 칭하는 분위기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이런 고루한 인식이 문제의 단초를 제공하는 셈.
멤버의 탈퇴에서 오는 피해는 국내 엔터 관계자도, 외국인 그룹 멤버도, 남겨진 그룹 멤버도 아닌 팬들이다. 팬들은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에 응원을 보내고 그들이 함께 하기를 원한다. 팬들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나?
엑소의 인사는 “위 아 원 (We are One)” 이다. 인사에서도 하나임을 강조한 그들이었다. 10년 후에도 함께하자던 ‘위 아 원’은 거짓이었나? 누가 그들의 맹세를 거짓으로 만들었을까?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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