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보완 대신 채찍 든 정부···불법 보조금 사라질까?

이통3사에 총 24억원 과징금···유통점에도 100~150만원 과태료 부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 6 대란과 관련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각각 8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리점과 판매점에도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또 이 중 3개 유통점은 100만원, 나머지 19개에는 50%를 가중해 15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통3사는 회사와 영업 담당 임원이 형사고발 된 데 이어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으며 22개 대리점과 판매점은 각각 100만∼15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됐다.

방통위는 4일 오전 9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통해 ‘이통 3사 및 유통점의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을 심의, 이와 같이 의결했다.

이번 방통위의 처분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단통법상 이통사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관련 매출액의 4%까지 매길 수 있지만 이번에는 위반 행위로 인한 매출을 산정하기 어려워 과징금을 정액으로 기준금액 최고한도까지 부과했다.

방통위는 여기에 이통 3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위반행위 즉시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 공표, 이행계획서 제출, 이행 결과 보고 등의 내용을 담은 별도의 공문을 보내기로 했으며 방통위에 ‘단말기 보조금 전담과(가칭)’도 만들기로 했다.

전담과에는 총 9명의 인력이 배치되며 경찰청 등 타 부처와 협력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이와 같은 제재에도 이번 아이폰 6 대란과 같은 불법 보조금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단통법의 구조 자체가 이번 아이폰 대란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통상인들은 단통법이 시행된 후 초기 지원금 축소 및 위약금 확대로 통신비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보조금에 대한 갈망이 높았고 통신시장이 냉각기에 빠지면서 후발 사업자들이나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가입자를 끌어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면서 결국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대란 징후를 예상한 유통점들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지적도 거세다. 앞서 10월 3~4주차에 나타났던 페이백 형식의 보조금 역시 이통사들이 리베이트를 80만원 선으로 높이면서 일부 유통점들이 이를 고객 지원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협회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통사들이 불법 보조금을 유발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처벌만 없었을 뿐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달 집회를 통해 불법조장 장려금 거부와 고객지원금 상향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가 외면하면서 결국 아이폰 6 대란과 같은 상황이 벌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에서는 최근 보도 자료를 통해 단통법 시행 이후 최근 실적이 회복 중이고 통신비 및 단말기 출고가 인하 등을 근거로 법안이 안정돼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하루에 수십만 고객, 즉 국민을 만나는 유통점의 수치와 인식과는 많이 다르다”며 “국민도 법안도 안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는 현재 ▲국회에서 개정 발의 되고 있는 지원금 상한을 국민 요구에 맞춰 폐지하고 이를 공시하는 것 ▲지원금을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요금제 구간에 최대 지급 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 ▲15개월 이상 단말기에 대한 위약금 부담을 현실화하고 규제기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 유통인들은 단통법의 관련 당사자로서 법 시행 초기 혼란의 중심에서 묵묵히 법안의 정착을 지켜봤지만 아직도 혼란과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며 “단통법이 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 하루 빨리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