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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철 예술감독, 오페라 색다른 맛과 감흥이 넘치네

[칼럼] 정지철 예술감독, 오페라 색다른 맛과 감흥이 넘치네

등록 2015.01.01 06:00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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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지철 김자경 오페라단 예술감독사진= 정지철 김자경 오페라단 예술감독

1990년 전 세계는 이탈리아 로마 월드컵의 영향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축구도 축구지만 개막식 전야제 축하 이벤트로 열리는 공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들떴다. 특히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한 테너 가수 세명이 한 무대에 동시에 서서 노래한다는 전대미문의 이벤트가 준비됐다.

콘서트에 루치아노 빠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까레라스의 등장은 오페라계의 축복이었고 월드컵 장외 행사의 정점이라고 과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당시 호세 까레라스는 백혈병을 이겨내고 막 재기에 성공한 상황이었고 사람들은 공연 전부터 반쯤은 감동을 받은 상태였다고 하니 대단한 공연이었다.

필자는 당시 음악대학 1학년생이었지만 워낙 음악을 늦게 시작한 터에 아무것도 모르고 또 스스로에게 음악에 대한 꿈이 있는지 조차 확인이 안되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무덤덤하게 그 공연의 비디오 테잎을 보게 됬고 점점 3명의 테너들의 열창에 빠져들던중 호세 까레라스가 어떤 노래를 열창하는 부분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감동과 눈물을 흘렸다. 이유를 알 수 없던 이유는 무슨 노래인지도 몰랐고 심지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노래를 듣고 그것도 까닭 없이 눈물이 흘렀던 때는 20평생에 첨이었던터라 그 노래가 뭔지 알아 봤다. 그 노래는 안드레아 세니에라는 실존했던 프랑스 시인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에서 세니에가 파티에서 부르는 즉흥시였다.

시의 내용은 조국을, 민중을 사랑했던 남자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조국과 민중은 그를 단두대로 올려보냈다는 실화가 바탕이었다.

1789년 당시 프랑스 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혁명의 주체들은 자유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사람을 살육했다. 문제의 장면은 아직 혁명전 크와니 백작부인의 저택에서 벌어진 파티에서 크와니의 어린딸
막달레나가 시인인 안드레아 세니에를 보고 사랑의 시를 읊어 달라고 장난을 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평소에 오지 않는 파티를 온 귀족계의 이단아 세니에를 다른 이들은 뜨악하게 처다 보지만 어린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치기로 막달레나는 그에게 도발을 한다.

결국 시인에 입에서 나오는 말은 통속적인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밖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통렬하게 모여 있는 사제들과 귀족들을 책망한다.

"시인을 조롱하지 마세요 아가씨, 아가씨는 사랑을 몰라요 사랑은 이런 자리에서 사람들 입에서 오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고 신이 인간에게 준 모든 것들 중 유일한 선물이라고 말이죠"

이 즉흥 시는 막달레나와 그 집 하인 제랄드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제랄드는 세니에의 시를 듣고 배부른 하인의 신분을 내던지고 혁명의 전선에 뛰어들고 쟈코뱅당의 유력 인사까지 된다. 그리고 막달레나는 결국 그날 이후 세니에를 사랑하다가 그가 사형에 처해지게 되자 다른 여죄수와 처지를 바꾸어 들어가 세니에와 함께 죽음을 맞게 된다.

그렇게 해서 둘은 사랑하면서 함께 죽을 수 있다라는 호사로운 죽음을 맞게 된디. 그리고 1990년도의 필자의 인생도 이들처럼 변화하게 된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오페라는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세대는 너무나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정보도 넘치지만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장르는 점점 그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미디어와 정보의 의도대로 이끌려 가는 우리들에게 오페라는 색다른 맛과 감흥을 쥰니다. 오페라에는 우리가 의도하면 가져갈 수 있는 감동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같은 작품을 누구는 울면서 반면 옆 사람은 자면서 보는 특이한 상황이 가능한 매력적인 장르라는 뜻이다.

어쩌면 오페라 안에서 세니에게 말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 사랑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글/ 김자경오페라단 정지철 예술감독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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