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문고리 3인방 교체 “고려하지 않는다”
전면개각 차단···구조개혁 등 경제회생 집중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인사 문제에 끌려가지 않고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기춘·문고리 3인방 교체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앞두고 최대 관심은 과연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청와대 인사쇄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였다.
특히 일명 정윤회 문건 유출, 김영한 전 민정수석 항명 파동까지 연이어 청와대 공직기강이 흔들리면서 박 대통령도 김기춘 비서실장을 필두로 청와대 비서실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답은 이번에도 ‘노(NO)’였다.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받아 온 측근 비서관 3인방에 대한 인사 교체를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밝힌 것이다.
단 김기춘 실장에 대해서는 불거진 각종 문제가 마무리된 후 교체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여지는 남긴 게 그동안 강경한 입장에서 그나마 완화됐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심이 없는 분이고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저를 도와주고 있다”면서 “지금 여러 가지 당면 현안들이 있고 이 문제들은 수습해야 되고, 일이 끝나서 (교체)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김 실장의 톤과는 사뭇 달랐다.
강경한 어조로 교체 불가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도 야당에서도 비리와 이권을 찾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나도 없었고, 3명의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면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비리가 없을 것으로 믿었고 진짜 없구나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나”면서 “3명의 비서관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정치권 등의 교체 요구를 일축했다.
여기에 개각을 통한 인적 쇄신 가능성도 사실상 차단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수부 등 개각 필요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검토해 나가겠다”며 전면 개각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정치권을 비롯해 여론과 동떨어진 인적 쇄신 인식을 보인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당장 야권은 ‘절망’, ‘불통’ 표현을 써가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절망과 불통의 자화자찬”이라며 “반성과 사과는 없고 대통령이 남 탓만 하고 있고, 인사와 국정 쇄신은 없고 고집불통의 오기만 있었다”고 힐난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도 “대통령에 대해 걸었던 마지막 기회를 작심한 듯 걷어차 버렸다”면서 “한 마디로 도대체 왜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자회견”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성명서에서 “국민들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문제인식과 사태를 대하는 태도는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박 대통령이 밝힌 집권3년차 정국 구상은 인적 쇄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치 문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 야권 등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인적쇄신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을 경제 올인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김기춘 실장 등에 대한 정치적 인사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적 논쟁과 고려보다는 경제에 올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약 40분 가까이 된 신년기자회견 대부분의 시간을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중심의 구조개혁 등 경제 현안 내용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여기에 공기업과 공무원연금 개혁, 미래먹거리 창출, 부동산시장 정상화 등 경제혁신 3개년 개혁 주요 핵심 과제의 차질없는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를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문제와 거리를 두더라도 경제에 모든 것으로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같은 처방에 대해 일단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전반적으로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중심으로 얘기했다”면서 “기본적으로 방향을 바람직하게 잡았다”고 진단했다.
오 학회장은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핵심을 비껴간 ‘알맹이 없는 앙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실련은 “박 대통령은 여전히 모호한 창조경제를 주장하는가 하면 이전 정부가 추진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재정, 부동산 정책추진만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단적으로 현재 경제의 핵심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상은 기자 cse@
뉴스웨이 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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