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족 상태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공급 쇼크까지 불러와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1928년의 미국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재도래할지 글로벌 경제는 숨을 죽이고 있다.
◇글로벌 수요 심리 ‘꽁꽁’
미국만이 세계 경제 무대에서 독주하고 있다. 반면 유럽국과 일본, 신흥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기에 바쁘다. 사그러지는 수요 심리를 살리기 위해서다.
유로존의 12월 경제심리지수는 예상치 101.2를 하회한 100.7을 기록했다. 유로국의 ‘맏형’격인 독일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EU통계법 기준)는 전년동월대비 0.1% 상승해 5년내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유로국 부진에 지난 8일(현지시간) 1.179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05년 12월 이후 약 9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대규모 국채매입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국채매입 수준에 대한 의문도 제시되고 있어 예상외로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국내 소비도 잠잠···총수요 부족?
유로국 외에도 국내 경제도 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소비 둔화로 인한 물가 하락(수요 곡선 이동으로 평균 가격 하향 이동)→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DI가 지난 7일 낸 ‘2015년 1월 KDI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1월중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0.2%감소에서 1.0%증가로 전환됐으나 반등폭은 제한적이다. 9월과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대비 각각 -3.4%, -0.1%로 부진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또 민간소비도 저조한 수준이다.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11월중 서비스업생산은 2.1%증가했으나 도소매업 -2.1%, 숙박 및 음식점업 -0.7%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소비 부진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가는 하락세를 멈출지 모르고 있다. 12월중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하락으로 전월(1.0%)보다 낮은 0.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2월 수출입물가도 떨어졌다. 소비에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지수는 86.57로 한달 전보다 5.1%하락했으며, 전년동기대비 13.0% 하락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가 공급쪽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경제가 내수 부진 상태라 수요 측에 영향을 줘 물가를 끌어내릴 여지가 다분하다. 물가 하방리스크를 키워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 막을 방법없나
문제는 디플레이션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은 멈출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국제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미국 서부텍사스유(WTI)가 6개월 안에 40달러 선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가격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WIT를 기존 70달러에서 41달러(이하 6개월 기준)로 내렸으며 북해 브렌트유 가격도 43달러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여력을 늘리는 전기·수도·가스 비용에 반영될 경우 소비 진작을 꾀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권규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부연구위원은 “국제유가 급락이 두 달 전부터 지속됐다. 현재 지표에 유가하락분이 반영됐다고 보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수요 부족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소득 양극화가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는 이상 내수 경기가 활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
장보형 경제연구실장은 “성장률을 높여 파이를 배분하는 시대는 아니다. 저성장 시대다”며 “고용 부진과 대기업과 수출기업 대 서민과 자영업자로 양분된 소득 창출 양극화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국내 내수 부진 문제는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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