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항 내 지상 구간도 항로” vs 조 전 부사장 측 “항로는 하늘길만 해당”피고 측 사건 당시 사실관계 대부분 시인···일부 상황 대해서 “와전됐다” 언급공소장 읽던 순간 조 전 부사장 눈물 훔쳐···첫 공판에 방청객 100여명 몰려
조 전 부사장과 증거 인멸과 강요, 공무 상 증거 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여 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와 김 모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등 3명은 19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공덕동 서부지방법원 303호 대법정에서 개정된 ‘땅콩 회항’ 사건 첫 공판에 출석했다.
옅은 쑥색의 수의를 입은 조 전 부사장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이며 등장했고 여 모 상무와 김 모 감독관은 고개를 들고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은 법정 오른편에 위치한 피고인석에 변호인과 함께 앉았다.
이날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 등 피고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과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인 유승남 변호사는 모두진술에서 “조 전 부사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하고 있다”면서도 “재판 개시 전에 공소장 내용이 모두 공개되고 피고의 범죄 사실이 낱낱이 공개된 점을 보면 개인의 인권이 이렇게 무시돼도 좋은가”라며 반문했다.
유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의 과오는 검찰과 여론의 공세에 의해 와전된 바가 없지 않다”며 “재판부가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현명하게 법리적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여 상무와 김 감독관의 변호인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며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사건 당시 과정을 설명하며 20여분에 걸쳐 공소장을 읽어 내려갔다. 공소장이 낭독되는 순간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몇 차례에 걸쳐 휴지로 얼굴을 닦으며 눈물을 훔쳤다.
피고 측은 모두 “공소장에 쓰인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각 피고인들의 기억과 다르거나 와전된 것이 있는 만큼 법리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가장 쟁점이 된 것은 항로의 정의와 사건 당시 항공기의 이동이 적법한가의 여부였다. 검찰은 “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을 하는 구간부터 항로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조 전 부사장 측은 “항로는 하늘 위의 길(空路)만이 항로로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 측은 뉴욕 JFK공항 내부 지도를 증거로 들면서 “사건 당시 비행기의 푸시 백(비행기가 토잉카에 이끌려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의 거리는 17m에 불과했으며 이는 통상적인 JFK공항의 푸시 백 거리인 238m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유승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사건 당시 항공기가 22초간 20m를 이동했다고 하지만 당시 상황이 담긴 공항 CCTV를 보면 비행기가 탑승교를 떠나 이동했던 시간은 17초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을 볼 때 이번 사건에 항공기 경로 무단 변경 죄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 측은 위력에 의한 항로 변경이나 박창진 사무장의 강제 하기, 허위 진술 강요 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유승남 변호사는 “사건 조사 당시 승무원들이 정확치 않은 기억에 의해 잘못 진술했을 수도 있다”며 “특히 박창진 사무장과 김도희 승무원이 위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한 진술서가 있고 사건 상황이 담긴 기록이 있으니 이 기록을 보면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자발적으로 하기하도록 강제한 적도 없고 허위 진술을 유도하도록 회유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인 오성우 판사는 여 상무에게 “30여년의 근무 경력을 갖춘 사람이 왜 일반 승객인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나”라고 묻자 여 상무는 “대한항공 임원은 해외 출장 시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오 판사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되물었고 여 상무는 “기존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 함께 기소된 김 모 감독관은 “자신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여 상무 등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조사 관련 사항을 직접적으로 알려준 바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린 서부지법 303호 대법정에는 40여명의 기자들과 50여명의 일반인 방청객 등 100여명의 인파가 몰려 혼잡을 이뤘다. 법정 내부에 워낙 사람이 많이 몰려 있던 탓에 법원 측은 한겨울임에도 법정 내부에 에어컨을 켤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이날 법정에는 취재진은 물론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도 일부 참석했고 부모와 함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온 어린이 방청객들도 간간히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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