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폭언·폭행 반성 중···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결심 공판 피고 신문서 기내 폭행·폭언 사실 일부 인정

“강제 하기 지시는 정당치 못한 일···깊이 반성 중” 언급

“서비스 매뉴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승무원의 잘못”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공덕동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입을 열었다.

조 전 부사장은 2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부지방법원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땅콩 회항’ 사건 결심 공판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검찰과 재판부의 신문에 답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은 약간 잠긴 목소리로 신문을 시작했지만 곧 또렷한 목소리로 질의에 답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토교통부 진상조사와 12월 17일 검찰 소환조사 등에 출석했을 때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말만 남긴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사건 당시 기내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욕설과 폭언, 폭행 등을 인정하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인정하며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알고 있다”며 “이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는 본인의 잘못 외에도 승무원들의 잘못이 포함돼 있다고 발언했다. 조 전 부사장은 “서비스 매뉴얼은 6000여명의 승무원이 획일화된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은 승무원의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여성 승무원들이 “서비스 매뉴얼을 절대 어기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본인들의 생각과 경험에 의해 매뉴얼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서비스했기에 질책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객실승무 업무 최고 관리자로서 매뉴얼을 다 외우고 있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일일이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 검찰이 되묻자 “매뉴얼을 본지 오래 돼 잘 모르는 것도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위계를 내세워 비행기를 돌리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은 절대 비행기를 돌리라고 한 적이 없다”며 “비행기를 세우라고 한 것은 이륙 준비 작업을 멈추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이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을 내리라고 지시한 것은 정당한 일인가”라고 질문을 잇자 조 전 부사장은 “하기 지시는 정당하지 않은 일이었고 이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하기 명령은 기장이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측이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폭언으로 주변 승객들이 입었을 피해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그 당시 감정이 주체되지 않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황 판단이 잘 안됐다”며 “주변 승객 등 모든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결심 공판 주심을 맡은 오성우 부장판사가 “이번 일이 조 전 부사장 본인의 실수로 인해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평소에도 직원들을 자주 하대했다는 소문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그런 소문이 날 수 있겠지만 평상시 직원들을 자주 하대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당초 제출한 공소장의 내용과 조 전 부사장의 증언, 박창진 사무장·김 모 승무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이날 공판에서 구형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