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 “거짓 진실 유포에 명예 실추···세상 두렵다” 눈물 호소“조현아 측, 사과 협조하면 ‘교직 기회주겠다’ 제안···진정성 없어 사과 거절했다”고성·폭언·폭행 사실 일부 인정···조현아 전 부사장 고개 숙인 채 “진심으로 사과”조양호 회장 “박창진 사무장에 불이익 없도록 할 것”···오는 2월 2일 결심 공판
이날 공판에는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된 여 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 여 상무에게 국토교통부의 진상조사 상황을 누설한 김 모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등 3명의 피고인이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피고인들은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쑥색 수의를 입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법정에 들어선 뒤 변호인과 약간의 대화를 나눈 뒤 재판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고개를 숙였다.
2차 공판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로 등장한 증인은 회항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에게 웰컴 드링크 서비스(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행했던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김 모 씨였다.
검정색 패딩코트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한 김 씨는 시종일관 침통한 목소리로 신문에 응했으며 일부 질문에는 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회항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의 고성과 폭언이 있었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당시 조 전 부사장이 화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비롯한 승무원들에게 이X 저X(여성을 낮잡아 이르는 호칭)이라 부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씨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자신에게 “지금 했던 서비스 내용이 매뉴얼과 맞는지 확인하려고 하니 빨리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며 “그 당시 항공기가 푸시 백(토잉카에 이끌려 주기장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 중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자신에게 갤리 인포메이션(웰컴 드링크 서비스 매뉴얼이 담긴 자료) 파일을 자신에게 던졌으며 자신의 몸을 격하게 밀치면서 여객기 비상구까지 끌고 간 기억이 난다”고 했지만 “자신에게 삿대질을 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박창진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태블릿 PC 내의 매뉴얼을 보여주자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쳤고 자신도 조 전 부사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자신에게 “어디서 네가 사무장에게 매뉴얼을 찾게 하느냐. 네가 찾으라”고 다그쳤다”며 “태블릿 PC에 매뉴얼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무서운 마음에 매뉴얼을 찾는 시늉만 했고 그때 조 전 부사장이 당장 내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행했던 매뉴얼이 회사 측의 매뉴얼과 맞지 않다면 회사의 지시사항을 수긍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조 전 부사장의 파워가 어마어마한데 그의 말을 어떻게 거역할 수 있겠느냐”고 대답을 이어갔다.
귀국 이후 작성된 경위서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김 씨는 “당시 작성된 경위서와 시말서는 자신의 서명이 들어갔지만 본문은 팀장이 대필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여 모 상무의 협박은 없었으며 “잘 부탁한다”는 말만 했다”고 증언했다.
이른바 ‘인하공전 교수직 제안’에 대해 김 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창진 사무장이 “회사 측에서 ‘이번 사건이 해결되면 승무원들에게 모기업 소유 대학의 교수 임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사건 직후 대한항공 임원이 자신의 모친에게 찾아와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사과하러 올 것이니 이에 협조만 잘 하면 교직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고 이를 박 사무장에게도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해 이에 응하지 않았고 자신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 했다”며 “하지만 박 사무장의 발언이 방영된 후 자신은 교수직 제안에 넘어가 검찰에서 위증을 한 여자로 낙인이 찍혔다”고 말한 뒤 눈물을 쏟았다.
김 씨는 “이제 자신은 회사로 복귀하기는커녕 세상이 두려워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여자가 됐다”며 “자신은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검찰에서도 위증하지 않은 만큼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결백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1시간 20분이 넘게 진행됐다. 증인신문 이후 재판장인 오성우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게 “증인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현아 전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번 일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짧은 말을 남겼다. 이어 여 모 상무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특히 여 상무는 “모든 사태가 수습되길 바라는 생각이 우선이었을 뿐 협박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증언에 이어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이자 대한항공의 CEO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증인석에 앉았다.
조 회장에 대한 신문은 20분간 짧게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조 회장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고 대부분 오성우 판사가 조 회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오 판사가 “대한항공의 CEO로서 이번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회장은 “이유가 어찌 됐건 승무원을 강제로 하기시킨 것은 잘못된 행동이며 조 전 부사장에게 이 점을 꾸짖었다”고 응답했다.
박창진 사무장의 신변 보호 여부에 대한 질문에 조 회장은 “박 사무장이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하는 동안 어떤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담당 임원들에 지시했으며 이를 법정에서 재차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박 사무장이 30일 회사에서 담당 임원과 면담을 했으며 의료진으로부터는 박 사무장이 오는 2월 1일부터 근무가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박 사무장이 회사 측에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오성우 판사는 “대한항공의 조직 문화 때문에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고 조 회장은 “회사의 문화를 쇄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끝으로 “제 딸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은 승무원들과 대한항공 모든 임직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국민들에게 심려 끼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을 남기고 증언을 마쳤다.
이날 증인 소환을 함께 받았던 박창진 사무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박 사무장의 현장 증언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화 연락에도 박 사무장이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증인 채택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들의 증언이 끝난 뒤에는 증거물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이날 법정에는 대한항공 본사 내부와 국토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에서 진행된 사건 진상조사 당시 녹음된 내용이 재생됐다. 이 녹음파일에는 박 사무장과 여 모 상무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었다.
재생된 파일에서는 여 모 상무가 위증을 회유하는 대목이 재생됐다. 당시 여 상무는 박 사무장에게 “국토부가 무슨 검찰이냐. 그곳에서 거짓말해도 다 상관없다. 거기 있는 사람들도 다 대한항공 식구들”이라는 말을 건넸다.
녹음파일 재생이 끝난 뒤에는 1차 공판에 이어 ‘항로 변경죄’에 대한 법리적 공방이 이어졌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 측은 각종 증거자료를 내보이며 사건 당시 상황은 항로 변경이 아니라는 점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거, 증인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오는 2월 2일 오후 2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는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최후 변론을 하고 피고인들이 최후 진술을 한 뒤 검찰 측이 구형을 하게 된다.
구형 후 약 2~3주 후에 형이 선고되는 평소 사례를 감안할 때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 김 감독관에 대한 선고 공판은 2월 중순에서 하순께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이선율 기자 lsy0117@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뉴스웨이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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