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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정치권 혁신

[포커스]‘용두사미’로 끝난 정치권 혁신

등록 2015.03.03 09:14

수정 2015.03.03 09:16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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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활동 종료한 與野 혁신위실적 없이 변죽만 울리다 마무리설 이후 ‘경제 살리기’ 기조에 함몰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左)과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 사진=새누리당·새정치연합 제공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左)과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 사진=새누리당·새정치연합 제공


지난해 여야 정치권의 체질 개선을 위해 나섰던 여야 혁신위원회가 여론의 외면 속에 소리소문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저마다 거창하게 간판을 내걸고 기성 정치권의 변화를 부르짖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뜻을 접었다.

◇김문수 위원장 혁신안···당내 반대 부딪쳐 용두사미 = 지난해 9월 출범한 새누리당 혁신위는 김무성 대표 체제 하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위원장을 맡아 당내 혁신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혁신위는 두 달 만에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를 비롯해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뒤 자동 가결,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적용, 의원 겸직금지 확대, 선거구 획정위 중앙선거관리위 산하 이관 등 민감한 방안들을 내놨으나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노력을 경주했으나 의원들의 반대 속에 두 번 만에 12월이 돼서야 추인에 겨우 성공하는 굴욕을 맛봤다. 정당 국고보조 제도를 폐지하고 정당 후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반발에 막혀 실현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원외 인사인 만큼 당내 소통이 어려웠던 데다 6개월 한시 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당 혁신위가 야심차게 내세운 혁신안들은 야당도 아닌 당 내부의 반발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물론 선거·공천제도 개혁과 여성·장애인 공천가산점 부여 방안은 어느 정도 관철됐지만 끝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는 실패했다.

혁신위의 공식적인 자리는 지난달 9일 열린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김 위원장은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혁신안을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최고위 보고 절차가 미뤄지기도 했다.

◇새정치도 당내 의원들에 외면 성과 없어 = 새정치연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6·4지방선거 경기지사 경선에서 낙마한 원혜영 위원장이 수장으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도 새누리당 혁신위 못지 않게 각종 혁신안들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당 혁신위는 의원들의 각종 상임위 회의에 무단으로 결석할 시 수당 전액을 삭감하고 부정부패로 인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때 해당 정당의 공천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 제한을 비롯해 금품 수수 행위 제한, 국외여행에 대한 신고, 강연료 등 외부소득 신고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여당 혁신위와 마찬가지로 당내 여론의 외면을 받았다. 공들여 마련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잘못됐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적용하고 시행할 강제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가 국민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경쟁적으로 혁신위를 구성했지만 그들이 내놓은 방안들이 정치권 현실과 동떨어졌던 데다 여론으로부터도 이렇다할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 패착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치 혁신을 부르짖던 여야는 지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제는 정치가 아닌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전국 3곳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는 배경도 크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데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민심을 붙들기 위한 체제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혁신위원회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정치인만큼 이제는 경제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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