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라는 말이 있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다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인생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도 그래야 한다. 여러 번의 시련이 닥쳐와도 꿋꿋이 견뎌내야 성공이라는 빛을 볼 수 있다.
배우 곽시양의 인생이 그랬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몇 번의 좌절과 시련을 맛봤다. 그래도 포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웃을 수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곽시양을 만났다. 최근 엠넷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를 인기리에 끝내고 다소 홀가분한 표정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곽시양은 “며칠은 푹 쉰 것 같다”며 웃었다.
곽시양에게 ‘칠전팔기 구해라’는 새로운 의미였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더불어 아쉬움이 가득한 작품이기도 했다.
“감사한 작품인 것 같아요. 세종이로 3~4개월 살아가면서 행복했고 또 설레고 기뻤어요. 워낙 좋았던 팀워크를 자랑했던 팀이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누군가 한명이 노래를 시작하면 어느샌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그런 재미들이 있었어요. 긍정적이고, 다독여주고 위해주고.. 그런 팀이어서 이제 못 본다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또 배우로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셨어요.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배우들끼리 현재도 단체 메신저 방을 만들어 서로의 일상을 공유 할만큼 끈끈한 팀워크를 가졌다.
곽시양은 ‘칠전팔기 구해라’에서 세종의 역할을 꼭 하고 싶었다. 자신과 닮은 듯한 세종의 역할에 끌렸다. 거기에 ‘음악’으로 뭔가를 풀어나가는 소재가 신선했단다. 그게 ‘칠전팔기 구해라’를 선택한 이유였다.
‘칠전팔기 구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종영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출연진들의 케미스트리는 물론,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들은 금요일 밤 감성에 젖어들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곽시양은 ‘칠전팔기 구해라’의 인기 비결을 ‘향수(鄕愁)’라고 설명했다. “그때 그 시절로 젖어들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추억이나 그때 있었던 일들이 묻어난 드라마였기 때문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아요.”
작품 속 곽시양은 극중 구해라(민효린 분)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감정 불합격자였던 강세종을 연기하면서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 회라도 마음을 빨리 털어놓고 싶었어요. 감독님께도 이야기 하면 ‘감정 불합격자잖아. 좀 참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가 떠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어요. 만약 내가 세찬이었다면? 그것도 멋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 것 같아요. 하하하.”
곽시양은 중학교 시절, SM엔터테인먼트에서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SM 출신이라는 말은 부끄럽다며 손사레 쳤다.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고 SM을 나왔으니 부끄러운 부분인 것 같아요. 무려 13년 전 일이네요.(웃음)”
그저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어떤 뚜렷한 목표는 없었다. 그래서 방황의 시기 역시 조금 길었다.
“이 일을 하고는 싶은데 제가 뭘 하고 싶었는지 몰라서 방황했어요.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이럴 바에 군대를 갔다 오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늦은 나이인 24살에 갔다 왔죠. 제대할 때 쯤 군대에서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등 당시 최고의 드라마를 봤는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승원, 현빈 선배님 같은 분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제가 직접 그 현장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대를 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모델로도 활동하던 곽시양은 큰 교통사고를 당하며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와 부딪혀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던 것. 그 후 재활을 하고 모델워킹을 하려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렇게 간간히 광고 촬영이나 뮤직비디오에 참여를 했었고 제대 후에는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 경험들을 발판으로 연기자로서 시작하게 됐다.
“지금 대표님을 찾아 뵙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때 대표님이 ‘살 빼고 오라’고 했고 2주 만에 살을 뺐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저를 시험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계약을 하고 좀 지난 뒤 영화 ‘야간 비행’ 촬영을 하게 됐어요. 베를린 영화제도 갔다오니 ‘기분 좋은 날’ 드라마에도 합류하게 됐죠. 드라마 촬영 때는 경험도 없어서 헤맸고 제가 알고 있던 영화 촬영의 방식도 아니어서 헤맸는데 드라마 촬영 중반부터 차츰 알아가면서 작품을 마무리 했고 연이어 ‘칠전팔기 구해라’에도 캐스팅 됐죠. 운이 좋았어요.”
그렇게 원했던 연예계 생활이었고, 배우의 꿈이었다. 꿈을 이루고 나서 보니 고된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고 있고, 누군가의 말을 대변하고 있으니 더 재미있어요. 공부를 해야하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라며 배우의 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열정도 넘쳐난다. 소화하고 싶은 캐릭터도 여러 가지다.
“‘나쁜 녀석들’ 박해진 선배님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요. ‘파스타’의 이선균 선배님이나 검사나 의사 역할도 해보고 싶고, 남자니까 느와르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또 너무나도 답답한 사랑을 했었기 때문에 달달한 로맨스도 하고 싶고요.(웃음)”
하고 싶은 캐릭터가 무엇이냐는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가지를 쏟아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이 넘쳤다. 그는 “올해 네 작품을 하고 싶어요. 사실 두 작품이라도 운이 좋으면 한다는데, 네 작품을 한다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라며 너털 웃음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소 처럼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민수 선배님과 꼭 해보고 싶어요. 사실 되게 무서운 선배님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제가 배워야 할게 많아서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혼나면서 배우다보면 정도 많이 들것 같아요”라며 나름대로의 포부도 이야기 했다.
욕심이 많다는 건, 배우에게 좋은 점이다. 그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선배인 배우 정만식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기분 좋은 날’을 함께 촬영 할 당시 정만식은 힘들어하는 곽시양에게 한 마디의 말로 큰 깨달음을 줬다고.
“‘기분 좋은 날’ 촬영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정만식 선배님께서 제게 ‘어차피 니 역할이야. 너 밖에 못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가장 맞는 말이더라고요. 멘탁적으로 정말 많은 힘이 됐죠. 그런 자문을 구할 때 늘 선배님께 연락을 드려요. 요새는 많이 바쁘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곽시양은 자신이 “낯을 많이 가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해지면 정말 허당끼 가득할 정도로 발랄하다. 연예인 야구단에서 활동할 만큼 스포츠도 좋아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천하무적 야구단 소속이예요. 제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어쩌다 한 번씩 함께 술자리에 참석하면서 친해졌어요. 슈퍼주니어 강인 형과 친해졌어요. SM에서부터 알고 있었고 야구 하면서 친해졌죠. 작품 들어갈 때는 경기 못하다가 작품을 안 할 때 경기에 참석해요. 이번에 참석하려고 스케줄 방에 ‘참석’ 눌러놨어요. 하하하.”
야구 관람으로 취미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만나면 못하는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그렇게 배우로써, 또 인간 ‘곽시양’으로 살고 있다.
소속사 대표님이 지어주신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의 의미를 지닌 이름 곽시양. 톱 배우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한 발돋움을 이제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은 늦은 만큼 더 큰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것이다.
“진구 선배님을 뵈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진실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배역의 중요도를 따지지 않고, 가슴이 찌릿찌릿해요. 진구 선배님처럼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눈에 진실함이 보이는 배우,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울고 공감하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될게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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