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합상황실’ 강화 위기관리신차 출시 앞당겨 내수·수출 쌍끌이파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 사수 노려비용절감 노력에도 미래 투자는 늘려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차 출시다. 상반기 국내 출시된 신형 투싼이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내수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신형 투싼의 글로벌 순차 출시가 시작되면 현대차의 수출 물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 에쿠스 등을 비롯해 LF쏘나타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6터보, 1.7디젤 라인을 잇달아 내놓는다. 기아차도 5년 만에 2세대 모델로 돌아오는 K5를 하반기에 전세계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판매량을 끌어올릴 비장의 무기는 신형 아반떼다. 아반떼는 199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긴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09년 이후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오는 신형 아반떼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K5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첫 외관을 선보인 K5는 국내 최초로 두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된다. 젊은 층을 겨냥한 ‘스포티 스타일’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기본 모델인 ‘모던 스타일’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했다. 이밖에 현대기아차의 최신 스마트 기능을 대거 탑재하고 안전사양도 강화했다.
그렇다고 신형 모델이 출시될 때까지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체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강화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한번 빼앗긴 시장 점유율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신차 출시 이전까지의 과도기 동안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도 “신발 끈을 조여 매자”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임원 회의에서 “현재의 대외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스스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고 자신감을 갖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있지만 자신감을 잃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직원들에게 현재의 위기 상황을 서둘러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정 회장의 특명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 있는 ‘글로벌 종합상황실’의 근무 인력을 확대해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 시장과 환율 변화에 따라 해외 현지 공장의 생산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하는 한편 결제 통화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다.
판매량 확대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먼저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달 18년 만에 무이자할부 카드를 꺼내든데 이어 이번 달에는 구매혜택을 보다 강화했다. 기아차 역시 주력 모델에 대한 할인 폭을 지난달보다 확대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수입자 업계의 무이자할부 공세를 외면해 왔지만 이제는 맞불을 놓기로 한 것이다.
수출 시장에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딜러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5116억원으로 30.5% 급감했다.
이는 일본차와 독일차가 환율 효과를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나가자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올 1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엘란트라(아반떼)의 판매 인센티브는 대당 2900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90%가량 증가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고수했던 ‘제값 받기’ 정책이 훼손됐지만 주력 모델이 노후화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다. 하반기부터 신형 아반떼 등의 신차가 출시되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정상 수준을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양적인 성장을 뛰어넘는 질적인 성장을 이뤄나가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스마트카·친환경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양산차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LF쏘나타를 미국에서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구글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로 스마트폰과 차량을 USB로 연결하면 스마트폰의 기능을 그대로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애플의 ‘카플레이’를 탑재한 차량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수소차 등의 미래 친환경차와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기술 계발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올해 초 2018년까지 총 8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제품 및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에만 26조8000억원을 쏟아 부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위기설 확산에 따라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R&D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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