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비관론 뒤집고 우호 지분 늘리기 위해 제안 수긍한 듯···엘리엇 측 공격 빌미도 원천 봉쇄
삼성물산은 엘리엇 측이 지난 4일 보낸 두 건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앞으로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을 오는 7월 17일 진행될 임시주주총회에서 다루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현물배당이란 기업이 현금 대신 주식 등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방식이다. 삼성물산으로 범위를 한정한다면 삼성물산이 현재 보유 중인 삼성SDS와 삼성전자, 제일기획 등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내놓으라는 뜻과 같다.
‘한여름의 보너스’라고 불리는 중간배당은 연 1회에 한해 영업연도 중간에 예상되는 이익이나 임의의 준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업이 이사회의 결의로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임의규정으로 중간배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일부 위법 소지가 있으나 원활한 합병 절차 진행을 위해 해당 제안을 주총에 상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이 제안한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은 현실적으로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국내 상장사 중 주총 결의를 통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또 중간배당에 대한 주총 결의 사례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물산이 현물배당을 할 경우 삼성 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삼성 측이 엘리엇의 제안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인 배경으로는 합병에 대해 비관적인 여론을 뒤집어보겠다는 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합병에 시큰둥한 일부 주주들의 마음을 우호적으로 돌리고 엘리엇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합병 작업의 탄력을 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엘리엇의 제안을 수긍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배당 문제에 있어서 민감한 국민연금공단의 마음을 사기 위해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9.98%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다.
더불어 그동안 배당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에 반감을 가져왔던 소액주주들과 외국인 주주들을 우군으로 포섭하기 위한 일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물배당을 실시하면 가치가 높은 삼성 계열사 지분 등 실물자산을 챙길 수 있고 삼성물산 지분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 배당 규모가 커지고 지분 가치가 올라가는 일에 주주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주주 입장에서는 삼성의 변화에 우호적 시선을 보낼 수 있다.
삼성에 대한 우호적 주주들이 많아질수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 문제는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크다. 최대한 우호적 지분을 많이 포섭해야 엘리엇과의 경쟁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다.
현재 삼성 측 우호 지분은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와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매입한 KCC의 지분을 합해 약 20% 수준이다. 관건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엘리엇 측과 의견을 동조하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지분율 26.5%)에게 달려있다.
국민연금공단과 외국인 투자자, 일부 소액주주들을 삼성의 우호 지분으로 포섭한다면 삼성의 우호 지분율은 과반 이상을 넘게 된다. 이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무난히 통과하게 된다. 삼성이 기대하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임을 수차례 알리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합병인 만큼 관련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오는 19일 법정 맞대결을 벌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오는 19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358호 법정에서 엘리엇 측이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다.
이번 공개 심문은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원론적인 발언에만 치중했던 엘리엇이 공식 석상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세부적 주장을 펼치는 첫 자리가 된다. 때문에 엘리엇 측이 법정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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