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원작이 뭐에요”
이는 더 이상 생소한 질문이 아니다. 안방극장에서 우리가 원작을 둔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나는 일은 익숙하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로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이후 웹툰에 원작을 둔 드라마가 잇따라 전파를 탔으며, 해외 인기 드라마 역시 국내에 연이어 선보였다. 현재 방영 중인 ‘밤을 걷는 선비’와 방송을 앞둔 ‘라스트’는 웹툰을 원작으로 시청자와 만나며, ‘너를 사랑한 시간’과 ‘심야식당’은 각각 대만과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처럼 현재 안방극장은 원작을 둔 리메이크 드라마가 봇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렇다면 이처럼 안방에 부는 드라마 리메이크 바람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자.
◆ 웹툰 원작 드라마, 안방 점화
올 상반기 현빈의 복귀로 화제를 모은 SBS ‘하이드 지킬, 나’와 ‘냄새를 보는 소녀’, tvN ‘호구의 사랑’, ‘슈퍼대디열’, ‘구 여친클럽’, KBS2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MBC ‘밤을 걷는 선비’의 공통점은 웹툰을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는 김태희가 출연을 확정지은 SBS ‘용팔이’, 신민아의 컴백작인 ‘저녁 같이 드실래요’와 tvN ‘치즈인더트랩’이 제작을 앞두고 있다.
안방에서 좀처럼 만나지 쉽지 않은 두 여배우 김태희와 신민아가 각각 복귀를 앞두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리메이크 드라마 열풍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타의 복귀가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빈은 ‘시크릿 가든’ 이후 군에 입대해 복귀작으로 ‘하이트 지킬 나’를 선택했지만, 5% 전후의 굴욕적인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웹툰이 안방극장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원작의 인기로 작품성을 검증받았다는 점. 웹툰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드라마화가 결정되기도 전에 작품의 가상캐스팅을 내놓으며 드라마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면 캐스팅에 시선이 쏠린다. 이때 중요한 것은 원작과의 싱크로율. 원작을 보존하며 드라마에 맞게 각색하려는 노력이 주요하다. 앞서 일본 만화가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가 KBS2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인공 노다메 역이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본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 방송된 ‘노다메 칸타빌레’는 안방극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성공한 콘텐츠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노다메 역에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뜨거워졌다. 부족한 연기력과 원작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차 청원 서명까지 진행되며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자 윤하는 하차했고, 아역 시절부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 심은경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 해외드라마 리메이크, 재해석이 관건
해외 인기 원작 드라마도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SBS ‘심야식당’은 일본 원작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현지에서 드라마, 영화로 제작된 인기 콘텐츠다. 국내 일드(일본드라마의 줄임말) 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상당한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마스터 역에 김승우가 분한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은 2011년 대만에서 방영된 이후 전국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국민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너를 사랑하는 일은 없을거야)’를 리메이크했다.
‘아가능불회애니’는 30대 남녀가 친구와 애인의 경계를 오가며 그려내는 다소 평범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대만의 로코퀸 임의신과 훤칠한 외모의 배우 진백림의 호흡, 흡입력 있는 스토리, 조연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매회 등장하는 현실적인 대사와 독백은 책으로도 만들어졌고, 대만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주연상, 조연상, 각본상, 작품상을 석권했다. 여주인공 오하나 역에 하지원이 분한다.
앞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나 ‘여왕의 교실’, ‘하얀거탑’, SBS ‘수상한 가정부’ 등 다수의 해외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아쉬운 점은 모두 원작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운 평가를 듣는다는 점. 캐스팅, 극본, 각색 등 모두 아쉬운 인상을 안기며 혹평을 면치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청률로도 직결된다. 5%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원작과 캐스팅의 아성에 턱없이 부족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 원작 의존 지양, 현지화 성패 가른다
웹툰과 해외 드라마에 원작을 둔 국내 리메이크 드라마가 안방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필수다. 하지만 어설픈 현지화는 화를 부른다. ‘심야식당’에서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게이바 마담과 스트립 댄서 등 일부 캐릭터를 삭제하고 대체 캐릭터를 심었지만 시청자들은 외면했다.
원작의 재미와 핵심 스토리와 메시지를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 한국적 정서를 이유로 삭제를 결정한 것은 리메이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 캐릭터의 상징성을 대체한다는 의도였지만 적절하지 못했고 이는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국내드라마 시장은 인기가 보장된 원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창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흥행과 화제성이 보장된 원작에 기댈 것이 아니라 올바른 리메이크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웰메이드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드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간접광고(PPL)와 해외 판매만 성공하면 되겠지 식의 안일한 마인드 역시 원작을 해치는 원인이다. 원작의 정서는 이어가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간접광고가 작품을 해치는 수준에 이른다면 드라마라고 하기 부끄러울 터. 이는 국내드라마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 드라마는 해외 역수출이라는 쾌거를 거두기도 한다. 국내 제작자 드라마들이 상업적 효과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잘 맞드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다. [사진=MBC, KBS, SBS 제공]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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