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신동빈 ‘쿠데타’ 원흉은 누구?···한명은 ‘패륜아’ 낙인

일각서 신동빈 회장이 ‘형제의 난’ 원초 제공자란 주장 제기

전 롯데 임원 “신동빈 회장, 월급쟁이 회장이라는 불만 강해”

‘형과 계열사 지분경쟁 계속되자 불안감 느껴 분쟁 일으켜”

표 대결보단 신 총괄회장의 의중으로 사태해결 될 가능성 커

신동빈 전 일본롯데 홀딩스 부회장

‘장자(신동주)의 쿠데타’로만 여겨졌던 롯데그룹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차남(신동빈)의 난’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단 ‘형제의 난’은 당사자 간 수습이 불가능한 전면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원초(原初) 제공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명 ‘1일 천하 쿠데타' 실패 후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측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어 원초 제공자에 따라 사건의 실마리를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이번 ‘형제의 난’ 원초 제공자로 신 회장을 지목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신을 롯데그룹 전직 임원으로 밝힌 이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평소 자신이 거둔 경영 성과에 비해 ‘월급쟁이 회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일 롯데그룹이 가진 특성상 롯데제과 등 형과의 지분 경쟁이 계속되자 불안감을 느껴 아버지를 해임하는 등 이번 분쟁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 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을 결정하는 등 이번 경영권 분쟁은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심기를 건드려 생긴 ‘신동빈 쿠데타’라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제기된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신 전 부회장의 쿠데타라는 분석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지난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해 내린 조치는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며 “이를 두고 ‘쿠데타’라고 표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다”고 거듭 밝히며 “아버지가 이사들에게 그만두라고 얘기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자 직접 일본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쓰쿠다 대표를 통해 왜곡된 정보가 신 총괄회장에게 전달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추방됐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대목도 신 전 부회장은 의문을 제기했다. 신 총괄회장의 뜻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물러나게 한 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장악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은 “형제간 분업체제를 생각해 나는 사업에 불필요하게 참견하지 않았다”며 “단지 신 회장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해 신 회장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는 곧 신 총괄회장이 한·일 분리경영을 결정해줬는데 신 회장이 이를 어겼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경영한다는 신문기사가 나온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이에 분노한 신 총괄회장이 18일 신 회장을 일본롯데그룹 임원에서 해임시켰는데 신 회장은 아버지에게 얼굴도 안 보이고 사임도 안했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 역시 “신 총괄회장은 이같은 사태를 염두에 두고 한·일 경영권을 분리해놓고 지분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왔는데 결국은 사단이 나버렸다”며 “신 총괄회장의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워 일으킨 쿠데타라고 한결같은 입장이다.

때문에 경영권 승계 유무와 상관없이 신 총괄회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며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쿠데타’의 주인공이 밝혀질 전망이다.

경영권 승계는 주주들의 표 대결로 넘어갔지만 이번 사태의 원초를 제공한 자는 신 총괄회장이 입을 열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표 대결에서 승리하는 자가 경영권을 쥐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라며 “신 총괄회장의 입장에 따라 쿠데타의 원흉이 밝혀지면 한명은 경영권에 눈이 멀어 아버지의 뜻을 저버린 ‘패륜아’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