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내내 연기 논란은 물론이고 CF 찍는 것 같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던 김태희가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에 나섰다.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제작 HB엔터테인먼트)가 지난 9일 방송을 통해 도준(조현재 분)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여진의 모습을 쫄깃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방송에서 태현(주원 분)과의 사랑에 눈이 멀어 복수심을 접어두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에 마음을 고쳐먹은 여진은 이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그들만의 전쟁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사고로 기억상실과 실어증에 걸린 한신 일렉트로닉 노동자로 신분을 위장해 가까스로 벗어난 한신병원에 과감히 돌아온 것은 물론, 도준과 전면전을 치루기 위해 필요한 열쇠를 그의 최측근에게서 찾고 후일까지 대비하는 모습이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펼쳐진 것.
심신미약 상태로 알려진 자신을 도준의 손에서 보호하기 위해 법적보호자로 태현을 지목하며 정략결혼을 계획하는가 하면, 토사구팽 공포에 시달리는 도준의 비서실장을 자극해 복수에 필요한 여권을 손에 넣기도 했다.
무엇보다 출국 하려는 뉘앙스를 풍기며 보안요원들의 철수를 이끌어 자신의 성인 12층 VIP 플로어 내 제한구역에 입성하는 데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치밀한 과정을 통해 여진이 맞닥뜨린 건 아버지이자 선대 회장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네가 그 방의 주인이고, 곧 그 방의 열쇠”라는 아버지의 말은 여진이 한신그룹 후계자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한 것은 물론, 그간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 여진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행해진 도준의 악행의 실체를 드러나게 했다.
여진을 자살로 이끌 만큼 큰 상처가 됐던 남자친구 성훈(최민 분)이 실은 한신그룹의 기밀을 빼내기 위해 도준에게 접근했고, 도준은 이를 여진에게 뒤집어씌울 심산으로 결탁했던 것.
그러다 여진까지 가지려 한 성훈의 욕심이 도준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고, 이는 여진이 지난 3년간 강제 식물인간 상태로 눕는 데까지 이르게 한 참혹한 진실이었다.
믿고 싶지 않은 진실들의 연속이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것도 있었다. 선대회장의 유언의 끝엔 여진이 한신그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비밀의 USB가 있었기 때문.
비자금 조성 내역과 사용처가 담긴 USB는 도준에게 현재 쏠린 권력을 여진에게 돌릴 단 하나의 열쇠였고, 이는 곧 무력했던 여진이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여진의 이 같은 독기를 품은 복수혈전의 시작은 도준이 이날 여진의 장례식을 치르며 자신이 한신그룹의 새 주인이 됐음을 선포한 시점과 맞물리며 더욱 짜릿한 긴박감을 선사했다.
눈엣가시 같은 여동생을 제거하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이들을 불러 모아 과시하듯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는 도준의 사악한 미소는 앞으로 그가 여진과 치룰 치열한 전쟁을 예감케 하며 눈 뗄 수 없는 이유를 만들었다.
“영애는 약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저들은 저들만의 싸움 방식이 있다”는 외과수간호사(김미경 분)의 말처럼 과거의 상처를 털어버리고 복수의 화신으로 돌아온 여진의 앞날이 주목된다.
무엇보다 그 동안 여진 역할의 김태희는 시종일관 비슷한 톤의 표정과 억양 그리고 어색한 몸짓으로 드라마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또 개연성 없는 행동 변화와 극의 흐름과 동떨어진 혼자만의(?) 연기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 했던 터.
하지만 이날 전개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하면서 김태희의 묵은 연기력 논란이 조금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이로써 주원과 김태희 두 사람 모두 한신병원에 재입성, 조현재의 악행을 파헤치고 왕좌를 되찾고 연기력 논란까지 불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용팔이’는 장소불문·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스펙터클 멜로드라마로, 2015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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