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700억원 수익 감소 예상업계, 대체방안 없어 발만 동동
카드사들은 예상보다 큰 폭의 수수료율 인하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간 6700억원의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데, 당장 이를 대체할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 인하 카드사 순익 20% 증발 =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2일 당정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은 현 수준보다 0.7%포인트,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은 평균 0.3%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조정안에 따르면 현재 단일 우대수수료율 1.5%를 적용받는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0.8%로, 2.0%를 적용받는 연매출 2억원 초과~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로 종전보다 각각 0.7%포인트 인하된다.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일반가맹점(연매출 3억원 초과~10억원 이하)에 대해서도 카드사의 인하를 유도해 현재 2.2% 수준인 평균 수수료율을 1.9%로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현재 2.7% 수준인 수수료율 상한은 2.5%로 하향조정한다.
신용카드로 국세를 낼 때 적용하는 국세납부 대행수수료율은 1.0%에서 0.8%로 낮추기로 했으며, 신용카드보다 수수료율이 낮은 구조인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추가로 낮추기로 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영세가맹점은 현 1.0%인 우대수수료율이 0.5%로 인하되고,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0.5%포인트씩 낮아진다.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이 적용되면, 내년 카드업계의 가맹점수수료는 약 67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약 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순익의 20% 가량이 증발되는 셈이다.
당초 카드업계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폭이 0.3%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0.5% 인하안도 과도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에 어느정도 절충이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예상보다 큰 폭 인하···중소 카드사 경영악화 불보듯 = 하지만 예상보다 큰 인하폭에 카드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일단 카드사들은 당정과 수수료율 관련 사전협의에서 수수료율 인하 지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당장 감소된 수익을 채울 방안이 없어 고민이다.
부수업무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단기대출영업을 강화할 경우 고금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게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제휴서비스를 줄줄이 없애자니 비난 여론이 무서운 상황이다. 업계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힘이 너무 크게 작용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0.25%씩 인하될 것으로 가정하고 내년 경영전략을 짰는데, 3배가 넘는 인하폭을 어떻게 견뎌낼지 답이 안나온다”며 “전략 구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판”이라며 “중하위권 카드사의 경우 2~3년 안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닫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수수료 인하 여건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카드사는 만기 3~4년의 회사채로 자금을 끌어오기 때문에 저금리를 이유로 드는 건 이해가 안된다”며 “이번 수수료 인하폭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너무 정치권에 휘둘려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며 “당장 카드사들은 수익감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단기대출 영업강화나 제휴서비스 축소 등 어떤 대책방안을 내놓더라도 비난 여론이 쇄도할까 두려워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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