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이 낳은 결과는 세대와 공간을 넘어 인간의 마음까지 파괴하는 끔직한 사건이었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속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경악했고 충격에 빠졌다. 또 명불허전 명연기를 선보인 신은경을 비롯해 구멍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호평을 받았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스페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에서는 김혜진(장희진 분)의 친엄마가 뱅이 아지매(정애리 분)가 아닌, 윤지숙(신은경 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2년전 서창권(정성모)과의 불륜 스캔들로 피를 흘리며 난투극까지 벌였던 두 사람이 실은 모녀관계였던 것.
과거 지숙이 혜진에게 돈과 함께 건넨 것이 병원의 장기이식센터 명함이라고 추측하게 된 한소윤(문근영 분)과 서기현(온주완 분). 이들의 추리대로라면 지숙은 혜진에게 신장을 이식해주려 했던 것. 그러나 지숙은 이식해 주려던 사실을 숨겼고 혜진은 원하던 대로 신장을 갖게 되었음에도 슬퍼하며 계획을 수정, 호숫가로 떠났다.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이었기에 소윤과 기현은 두 사람 사이에 다른 게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미스터리를 풀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소윤과 기현은 부정적인 방법을 택했다. 소윤이 혜진인 척 병원에 전화를 걸어 주민번호를 이용, 장기이식 상담 기록을 확인한 것.
그 결과 소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다. 자신을 혜진의 엄마라고 밝힌 지숙이 서류상으로는 남남인데, 장기기증 허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는 지 물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숙은 이를 부정했다. 소윤이 “엄마가 살려주겠다고 한 건데, 왜 언니가 분노하고 슬퍼했는지 알고 싶다”고 묻자 광기 어린 기세로 “누가 엄마야?”라며 분개했다.
또한 혜진이 불쌍해서 신장을 이식해준 게 아니라 완전히 떨어뜨려내기 위해서였다며 자신의 딸을 괴물이라 호칭했고, “구역질 나, 더러워, 끔찍해”라는 잔인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끔찍한 과거 기억에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 지숙의 진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지난 몇 주간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쟁의 대상이었던 혜진의 친모. 그러나 마침내 혜진의 친모가 밝혀지자 많은 시청자들은 지숙을 향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끔찍한 일을 당하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괴물로 변해버렸기 때문. 그야말로 “기존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본성 때문에 묵인되고 덮어지는 범죄로 인해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와 과거의 침묵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도현정 작가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긴 14회였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호평이 쏟아지는 반면 일각에서는 어릴적 충격으로 자식을 거부하고 멘탈이 무너진것은 이해하지만 친딸을 남편과 간통하게 만든 삐뚫어진 의식과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의붓아빠와 정을 통한 사실은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기에는 무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의와 평화 질서와 도덕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그 장치로서 무리수를 둔것이 아니냐는 평. 때문에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낮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한편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12월 2일 오후 SBS 제15회 방송.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mkho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