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파기환송심서 징역 2년6월 실형CJ그룹, 당장의 경영차질 불가피비상경영체제 한계로 새로운 변화 필요
CJ그룹이 사상 최대 위기에 빠졌다. CJ그룹과 재계의 예상과 달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으며 이후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9월 대법원 항소심에서 309억원에 달하는 배임죄가 논란이 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경법상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사건은 파기환송됐다.
지난달 10일 열린 파기환송심 공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됐다. 검찰은 파기환송 전 재판에서의 구형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이 회장 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양형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2013년 8월 만성 신부전증으로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거부반응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투스(CMT)를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선고를 앞두고 CJ그룹과 재계 안팎에서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건강을 회복하면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유이자 최종 판결의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 중 상당 금액을 배임액으로 볼 수 없어 형량이 감축될 가능성이 컸고 건강 문제로 수감생황이 어렵다는 이 회장 측의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단 대법원 판단에 동의했다. 다만 배임 혐의의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배임액에서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으나 이 회장의 배임 혐의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재판부는 “건강문제는 파기환송 전 양형에 이미 반영됐다. 건강 문제를 근본적인 양형 요소보다는 형의 집행과 관련된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건강 문제도 고려할 대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재벌 총수인 이 회장이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게 했다고 판단했다. 본인이나 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 범죄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차명주식과 관련해 이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은 기록도 문제가 됐다. 당시 이 회장은 과세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과세대상 소득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역외탈세 범행을 저질렀으며 재판부는 이 사실 역시 고려했다.
재판부는 “재벌 총수라 하더라도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동일한 범죄의 재발을 예방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경법상의 배임 부분에 대한 무죄 판단으로 유죄 부분이 감축되는 점을 감안해 2심의 징역 3년을 2년6개월로 감형했다.
이 회장의 실형이 확정되자 CJ그룹을 둘러싼 ‘경영 위기설’이 다시 불거졌다.
공판 후 CJ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CJ그룹은 “그룹 경영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CJ그룹의 위기 탈출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CJ㈜와 CJ제일제당의 등기이사 자리를 내놓고 상법상 그룹 내 공식 직위를 모두 잃게 된다.
앞서 이 회장의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네트웍스 등 사내 등기이사 임기가 지난해 말로 끝났지만 올해 3월 두 회사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룹의 매출도 성장을 멈췄다.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던 그룹 매출이 2013년 2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6조8000억원으로 불과 4%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CJ그룹은 그동안 비상경영체제로 그룹을 운영했지만 이 역시 한계를 맞고 있다. 이번 실형 선고로 경영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등 그동안 이 회장이 진두지휘한 부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2년째 미뤄온 임원인사도 문제다. CJ그룹은 매년 10월께 정기 인사를 했지만 지난 2년간은 소폭 인사를 내거나 인사가 아예 없었다. 인사를 최소화하고 조직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성장을 위한 변화가 필요해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차세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회장의 자녀가 아직 어리고 지분도 낮아 후계경영체제 전환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이 상고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고가 이뤄지면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확정하거나 아니면 또다시 파기환송할 수 있다. 즉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재파기환송심이 진행돼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CJ그룹과 재계 내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돼 이 회장의 건강뿐 아니라 CJ그룹이 위기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지난 공판과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보였으며 재판이 끝나고 10여 분을 재판장 현장에 머물다가 법원을 나섰다. 또 기자들의 여러 질문세례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차량에 올랐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hsoul3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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