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차, 한 자리에 앉은 남녀가 있다. 함께 기차로 여행하고 있지만,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남녀가 같은 공간 속에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낯선 장소에서 만난 이성에게 끌려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그러나 원나잇스탠드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는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애 형태 중 하나이기에 현실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은 원나잇스탠드라는 소재를 철저히 판타지로 풀었다. 영화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와 맘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 그들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렸다.
배우 유연석이 찍은 여자는 무조건 넘어오는 마성의 매력남 재현 역을, 사랑은 한우문만 파고 연애는 오랫동안 만나야 진정한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일편단심 순정녀 수정 역으로 각각 분했다.
재현은 KTX에서 우연히 만난 수정에게 “저 왠만하면 오늘 그쪽이랑 자려고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면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매력남 재현에게 거리낄 것은 없다. 그러나 수정은 다르다. 수정은 10년째 한 남자를 바라보는 순애보를 간직한 인물. 그렇기에 재현의 이러한 행동은 낯설다.
쾌락에 대한 만남을 원했던 재현은 수정을 만나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수정 역시 마음에 철벽을 치고 있었던 자신의 사랑이 최선이었는지 되돌아본다. 극 초반 재현은 다소 통통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수정에게 다가선다. 재현과 수정은 마치 사고처럼 이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자연스레 함께하게 된다.
수정이 곤경에 빠져 쩔쩔메고 있을 때 재현이 극적으로 나타나 도움을 주거나,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나는 두 사람의 전개는 다수 진부해보이지만 남녀가 가까워지는 과정 속 최선의 장치로 작용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도발적이다. 연애라는 감정이 그러하듯 통통 튀는 대사와 반복되는 사고는 극에 활력으로 작용한다. 쾌락을 위한 만남에 익숙한 재현은 수정을 만나 사랑에 대한 무게감과 의미에 대해 깨닫고, 수정은 재현에게 느낀 낯설음이 점차 설렘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다. 두 남녀는 알콩달콩 밀당을 통해 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잠자던 연애세포를 깨우며 미소짓게 만든다.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순간과 그 설렘이 잠깐의 두근거림이 아닌 사랑임을 깨닫는 순간이 잘 묘사되었다.
특히 영화에는 유연석이 구두 때문에 고통받는 문채원의 발을 보살피는 장면이나, 샤워를 하며 다부진 몸매를 드러내는 장면 등 연애하고 싶은 남자주인공의 정석을 따르는 장면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러나 특별한 만남 이후 다소 진부해지는 설정은 아쉽다. 14일 개봉. [사진=쇼박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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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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