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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韓경제, 구조개혁·내수회복 역점 둬라

[신년기획-유일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
혼돈의 韓경제, 구조개혁·내수회복 역점 둬라

등록 2016.01.12 08:57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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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제팀 수장, ‘혼돈의 시대’에‘정책기조 유지’선택경제정책 ‘무색무취’ vs ‘일관성 필요한 때’ 평가 엇갈려가계부채 인식차 임종룡 위원장과 호흡도 관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사진 = 연합뉴스 제공)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사진 = 연합뉴스 제공)


<br>혼돈의 韓경제, 구조개혁·내수회복 역점 둬라 기사의 사진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확실성 확대로 혼돈에 빠져 있다.

우리경제도 최근 글로벌리스크와 함께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풍전등화지만, 사실상 이를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수장인 경제부총리는 교체 시점에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에게는 취임 직후부터 어지럽게 퍼져있는 각종 대내외리스크를 진단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현정부의 구조개혁 성과를 도출해야 할 막중한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산적한 현안들 속에서 유 내정자는 안정적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을 피력했다. 조용한 성격의 학자풍으로 알려진 만큼 과감한 정책추진으로 대내외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하나하나 문제를 뜯어보고 풀어나가는 신중한 정책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2선 정치인에 경제학자 출신임에도 경제사령탑으로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유 내정자가 산적한 대내외 여건을 돌파하기 위한 추진력이 취약하고, 국회벽에 가로막힌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와의 기싸움에서 버텨낼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 잔잔한 유일호식 경제정책···“대내외 리스크 속 최선”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혼돈의 시대’에 ‘정책기조 유지’를 선택했다.

앞서 유 내정자는 “최경환 부총리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굉장히 일관된 것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일관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 내정자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유 내정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을 때도 특별히 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른 관계자도 “조세연구원장으로 재직했을 때도 정부와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 상당히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는 분명히 다른 정책적 색을 보여줘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각종 대내외리스크에 저돌적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던 최 부총리와 확연이 다른 색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진 = 기재부 제공)(사진 = 기재부 제공)


유 내정자는 과거 부총리들과 달리 비(非)고시 출신이다. 기재부 실국장들도 이번 업무보고에서 유 내정자를 처음 대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그의 업무스타일이나 정책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유 내정자를 이해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저서들도 훑어보고 있는데,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유 내정자는 논어, 최초의 인간, 돈키호테, 타인의 방,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을 ‘내 인생의 책’으로 꼽았었다.

저서는 국회의원 유일호의 경제 이야기 정치 이야기, 건강한 복지를 꿈꾼다 등이다. 이 책을 통해 유 내정자는 “1997년 외환위기 극복 배경은 재정건전성에 있다며 장기적인 재정위험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체납세액 축소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 내정자는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의 굵은 줄기인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는 그대로 계승하되, 재정건전성 강화에선 차별성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내외 리스크가 우리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 안정적 경제정책을 유지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유 내정자의 스타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최경환 부총리가 저돌적이고 눈에 띄는 정책들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큰 틀에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한 정부에서 잦은 경제정책의 변화는 오히려 각종 리스크 속에서 우리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어 기존 경제팀의 방향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 경험·전문성 부족···경제수장으로서 추진력 미약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뉴스웨이 DB)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뉴스웨이 DB)


일각에서는 유 내정자의 ‘신중·안정’이 경험과 전문성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여권 내 경제전문가로 꼽히고 있지만, 내정 이후 경제수장으로서 자질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정책결단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러한 비판은 유 내정자가 거시경제와 금융, 경제정책 실무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유 내정자는 8개월 남짓 수행한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최 부총리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의 뒤를 밟은 수준이었다. 또 거시경제나 금융 부문에 대한 실무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전문가로 꼽히는 정치인임에도 국회 기재위에서와 정치활동 중 이렇다 할 목소리를 좀처럼 낸 적도 없다.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한구·김광림·나성린·강석훈 의원 등보다 경제 분문에서 목소리가 작아 존재감이 없었다. 3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지냈고, ‘리더십’, ‘추진력’으로 요약되는 최 부총리조차 허덕였던 우리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유일호 경제팀’만의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성과가 극대화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드러난 대내외 리스크만 있는 게 아니다”며 “장기적인 시계를 갖고 우리경제 기초를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정도에서 그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당장 시급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달리 보면 현정부의 치적일 수도 있는 만큼, 우리경제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좀 더 촘촘한 경제정책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유 내정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공직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중 하나로 정책 추진력을 제시했다. 답변서는 소관 분야에 대한 전문성, 현안 해결을 위한 판단력, 정책 추진력, 국회와 국민과의 소통 능력, 이해관계 조정능력,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밝혔다.

◇ 양대 경제수장의 가계부채 인식차
가계부채에 대한 유 내정자의 인식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엇갈리면서 양대 경제수장의 정책적 호흡이 적절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유 내정자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적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가계의 상환능력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 총재는 올해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가계부채가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한계기업과 함께 우리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유 후보자가 꼽은 최대 현안은 4대 부문 구조개혁이다.

우리나라 양대 경제수장이 ‘풀어야 할 과제’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미묘한 인식차가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두 기관이 어떻게 정책조합을 이뤄나갈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한편, 한은의 독립성을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사실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긴밀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2014년 9월 와인회동 이후 다음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고, 당시 최 부총리는 ‘척하면 척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쯤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려왔다.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최 부총리와 이 총재의 만남은 곧 금리인하에 대한 시그널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고, 한은의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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